故박원순 부인 편지 논란..여성계 "공유말라, 2차 피해"
여성계 "2차피해의 전형적인 유형으로 보여"
"지지자들이 편지 공유하는 건 정치적 의도"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권지원 수습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씨가 쓴 것으로 알려진 편지가 온라인상에 유포되는 가운데,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편지 내용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이를 공유하는 행위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8일 뉴시스와 통화한 복수의 여성계 관계자들은 해당 편지를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여성계 "진실 밝히기 위해 노력한건 피해자"
신 대표는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 등 여러 상황을 보더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사람은 피해자"라며 "고인을 잃은 유가족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도 "인권위와 법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편지가 공유되는 것은 2차 피해의 전형적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는 "친지 가족을 통해서 가해자는 항상 옹호되고 동시에 유족의 편지가 일종의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고, 피해자를 가해자로 다시 만드는 구조를 반복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여성인 유족 부인과 피해여성 간 여성 대 여성의 적대적인 구도가 돼버렸다"며 "이로 인해 권력형 위계 성범죄 안에서 남성들이 독점한 여러가지 권력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반복적으로 성피해를 입고 있다는 구조를 사라지게했다"고 말했다.
강씨의 편지 자체는 지지자를 향한 사적인 메시지였지만, 이 편지가 공유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 측근과 지지자들의 첨언으로 인해 공적인 메시지로 바뀌었다는 시각도 있다. 인권위 및 별건 재판은 불충분하며,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뉴시스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 편지를 받은 지지자들이 SNS에 올리는 행위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판단돼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故 박원순 부인 "내 남편 그런 사람 아냐"
강씨는 이 편지에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성희롱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박원순의 삶을 끝까지 믿고 끝까지 신뢰합니다"라고 적었다.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한 인권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문구도 있었다. 강씨는 "박기사의 입장문에는 '성희롱 판결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 있다"며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인권위 및 별건 재판에서 인정된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 일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이 댓글 및 게시글에 '인권위 발표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적폐세력에 살해 당했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달 14일 별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이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A씨 진술을 언급했다.
당시 선고는 A씨를 지난해 4월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동료직원 B씨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진술한 내용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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