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억울한 20년 옥살이' 믿어준 수녀님 "나는 윤성여처럼 못 산다"
"원장님 모든 사람이 저를 살인자라고 해요. 저는 안 했거든요. 원장님 한 분만이라도 저를 믿어주시면. 저는 한이 없겠습니다."
나호견 뷰티플라이프 교화복지회 원장(71)은 윤성여씨를 믿었다.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쓰고 20년을 억울하게 옥살이 한 윤씨였지만 처음엔 아무도 그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 원장은 '마음이 진짜 같다'며 옆에서 그를 도왔다.
윤 원장은 "출소자들을 돕는 일이 범죄를 막는 길"이라고 한다. 그는 그러기에 우리 사회가 '나영이 사건'의 주범 조두순마저 도울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두순이 잘했다는 것이 결코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 원장은 윤씨가 지난해 12월 17일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을 당시 박종덕 교도관과 함께 윤씨 곁에 있던 사람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재소자와 출소자를 돕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그는 1988년 경주교도소 담당수녀를 맡은 이후 30년 넘게 이들의 사회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가장 큰 힘은 윤씨가 굉장히 어머니를 사랑했다. '나는 범죄를 하지 않았다, 나는 범죄를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자부심과 ‘어머니가 나를 귀하게 여기셨는데 결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자긍심과 효심, 이게 1번이다.
교도소 안에서 보통 무기징역이나 20년을 받은 사람은 상당히 삶이 불안정하다. 감정이 기복이 심한데, 윤씨는 30년을 한결같이 살았다. 윤씨는 반장을 하면서 항상 명랑했고,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교도관이) 말했다.
우리 집에 와서 13년을 보고 지냈다. 한결같았다. 월급 받으면 누나 집에 가고, 상담받으러 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성당을 갔다. 나는 윤씨 같이 못산다. 하나님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교도소를) 나와도 전과자인데. 나는 그렇게 못 한다.
그래서 내가 윤씨한테 그랬다. ‘나는 너를 존경한다’고. 무죄라고 주장해도 나와도 전과자 살인자인데,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윤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보시고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윤성여 무죄입니다. 땅땅’ 그 순간에 ‘아 하나님이 일을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가슴이 그냥 치밀어 올라왔다. 30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떠올랐다).
(윤씨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하니까. ‘이제야 죽으면 어머니 앞에 가서 어머니 제가 살인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윤씨는) 죽은 후에 어머니 만날 것을 두려워했다. 아들이 살인자라고 나타나면 어머니가 슬퍼하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무죄 선고받고 윤씨가 어머니 무덤에 가서 술을 따랐다. 그전에도 찾아가서 ‘어머니 좋은 소식 가지고 올게요’라고 했다. 교도소에서도 출소한 이들 중 그렇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근데 윤씨는 그렇게 살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기적이 일어났다.
-이춘재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들의 가족 등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2기 진실화해위'에 신청했다. 국가 기관을 통한 진실규명의 중요성과 효용을 어떻게 보는가.
▶윤씨가 범인으로 지목된 이유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이고, 못 배우고, 가족 없다. 사회적 약자의 1번지다. 그래서 윤씨가 지목됐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가 윤씨만 있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회적 약자인가. 그런데 그 사람들이 돈, 배경 없다고 수많은 곳에서 억울한 일들을 당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목소리가 없다. 그 사람을 대변할 사람이 없다. 변호사를 구할 돈이 없다. 그래서 (형량을) 1년 받을 거 5년 받고, 10년 받는다. 그게 우리나라 사정이다.
진실규명이라는 이름으로 윤씨와 변호사의 노력으로 무죄가 나왔다. (이런 상황이) 윤씨 하나뿐이겠는가. 수많은 윤씨가 있지만 처음으로 나왔다. 사회적 약자가 가진 인간의 존엄성과 진실성을 드러냈다. 그래서 검사, 변호사 할 것 없이 사과했다.
국민들이 (잘못된 점을) 알아야한다. 사법적 공간에 숨어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잘못된 점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이 이번에 일어나 정말 다행이다.
-한국 사회가 재소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앞으로 사회가 고민해야 할 점은.
▶전과자는 나쁜 놈, 우리와 같이 못 사는 놈이라고 찍어버리면 이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 같이 살아야 한다. 범죄를 했다고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니다. 범죄를 한 번 하면 그 사람이 사람 아닌가. 실수할 수 있다. 실수하면 다시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조두순도) 그 사람이 옥살이하면서 범죄에 대한 죗값을 지불했다. 우리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다. 그걸 받아들여야 민주주의다. 모든 범죄자가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고 나왔으면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는 거다.
조두순도 잘하겠다고 하는데 받아들여서 지켜봐야 한다. 법무부에서 감시하고, 정서 치료도 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조두순도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 출소자들을 이해하고, 돕고, 사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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