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급제동에 동학개미 패닉
[스포츠경향]
연초부터 온갖 ‘설’(說)이 난무하며 글로벌 산업계 초미의 이슈로 떠올랐던 현대차·기아와 애플의 이른바 ‘애플카 협업’이 ‘썰’로 끝나는 모양새다.
현대차와 기아는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이어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지만,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명시했다.
지난 1월부터 ‘애플카, 현대차가 만든다’, ‘애플카, 기아가 만든다’,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애플카 만든다’, ‘애플이 기아에 4조원을 투자 확정’ 등 비확인 내용들이 겉잡을 수 없이 쏟아지며 주식시장이 과열되자 ‘애플’을 꼭집어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달 애플이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현대차·기아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다수의 기업과 협의 중이라며 간접적으로 애플과의 협업 추진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지난달 공시에서는 애플과의 협의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번 공시에서는 애플과의 ‘자율주행차’ 협의가 진행 중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날 공시대로라면 현대차·기아가 애플과 협의를 진행했으나, 협상이 일시 중단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협상 무산보다는 잠정 보류로 봐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날 공시에서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대상을 ‘자율주행차’라고 적은 것으로 볼때, 현대차와 애플이 각각 개발 중인 자율주행이 아닌 전기차 부문에서만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이날 발표로 현대차 주가는 종가기준으로 전날보다 6.21%, 기아는 14.98% 하락했다. 특히 ‘애플카’ 이슈로 지난주 사상 처음 10만원대에 올라섰던 기아는 8만630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날 현대차그룹 5개 기업의 시총은 약 125조4000억원으로 하루 만에 13조5000억원 감소하며 ‘빚투’에 나섰던 일부 개미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앞서 스포츠경향은 이러한 ‘애플카 협업 이슈 투자 위험성’(1월 20일)을 보도했지만 개미들의 투자열기는 줄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들은 주식을 매도해 차익실현에 나섰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주, 그것도 글로벌 자동차 상위 메이커에서 이같은 혼란이 일어난 점이 우려스럽다. 풍문에 근거한 급격한 오르내림은 현대차나 기아에 오히려 심각한 적신호”라고 말했다.
또 완성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 세계 경쟁사들이 미래 특허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 하는 등 갈길이 바쁜 상황에서 이런 이슈는 득이 될 것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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