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만능 예금 늘었지만, 은행 수익성 추락 막지 못했다

서상혁 2021. 2. 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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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NIM, 전년 대비 0.08~0.16%p 하락
1만원권과 5만원권.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시중은행들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폭이 예사롭지 않다. 만능 예금이라 불리는 수시 입출금통장 등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생각보다 강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어려운 만큼, 올해는 순이자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8일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4분기말 기준 순이자마진은 1.28~1.51%로 2019년말 대비 0.08~0.16%포인트(p) 하락했다.

◆ 저원가성 예금 늘었지만, 기준금리 인하 영향 컸다

NIM이란 은행들이 자산 등을 운용하면서 낸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수치를 총 운용자산으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예대마진은 물론이고 유가증권 등에서 발생한 이자까지도 포괄한다. 이자이익이 주된 수익 창구인 은행으로선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수익성 지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67%였던 국내은행의 NIM은 2019년엔 1.56%로 하락했다. 4대 은행의 지표로 미뤄볼 때 2020년의 하락폭은 더욱 클 전망이다.

순이자마진 하락 배경으로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꼽는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기준금리를 75베이시스포인트(bp)나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도 덩달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늘었지만, 순이자마진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저원가성 예금은 수시 입출금 통장 등에 예치된 예금으로 고객에게 지급해야하는 이자는 적은 반면, 예대율까지 방어할 수 있어 '핵심 예금'이라 불린다.

지난해말 기준 4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잔액은 515조7천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늘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기성 자금이 대거 몰린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변동금리 차주 비율은 높은 수준이어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순이자마진 하락폭이 큰데, 지난해 빅컷 영향으로 그 여파가 1년 내내 갔다"라며 "저원가성 예금이 늘었지만, 그만큼 정기예금이 빠졌고 결국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다보니 조달 비용이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이자이익은 늘어나긴 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출 자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은행의 대손비용률이 최대 0.13%p 가량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 업계 "NIM, 지난 해 저점 찍었다"…올해는 반등 전망

각종 사모펀드 사태로 수수료 수익 확대가 어려워진 만큼, 순이자마진 하락세가 장기화된다는 점은 은행에게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렇잖아도 올해에도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가 계속되는 터라 은행들로선 충당금을 지속적으로 쌓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서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올해는 전년 보다 더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데다, 시중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제로금리 수준이라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가 순이자마진 저점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다만 조달비용이 상승 추세라 오르기는 큰 폭으로 오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말 기준 NIM은 1.51%로 전분기 대비 0.02%p 올랐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의 NIM도 0.02%p 오른 1.75%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이를 은행권 NIM의 상승 근거로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은 NIM이 예상외로 반등했고, 타행들도 올해 1분기부터는 NIM 상승 반전에 대한 확신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라며 "아직 충당금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올해 이익 전망치도 대체로 상향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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