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연판장' 보도 후..'램지어 반박' 논문 나온다

이지은 기자 2021. 2. 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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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로스쿨이 연일 소란스럽습니다. 이 학교에서 일본 기업법을 가르치는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인 매춘부"라는 식의 논문을 내 파문이 일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이 왜곡된 주장이라며 들고 일어났습니다. 시작은 한국인 학생들이었습니다. 하버드 법대 한인학생회(KAHLS)에서 가장 먼저 문제 제기를 했고, 아시아계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금요일(현지시간 4일) 공동 성명을 냈습니다. 곧바로 다른 로스쿨에도 연판장을 돌렸습니다. JTBC는 해당 연판장을 가장 먼저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2021년 2월 5일 JTBC 뉴스룸 "하버드 교수, 위안부 왜곡"…미 로스쿨생들 '연판장'
https://news.joins.com/article/23987078
https://www.youtube.com/watch?v=BCr07syfI8U

그리고 주말이 지나면서 벌써 1천 명이 서명했습니다. 하버드대야 당연하고, 동부에서 서부까지 많은 명문 로스쿨들이 동참했습니다. 이웃한 캐나다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로스쿨 학생들이 힘을 보탰고요. 로스쿨엔 다닌 적 없지만 일반 석사나 경영학 석사 과정 중인 학생들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 한인 로스쿨생, 아베 저격수 아니었나요?"


조셉 최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과정 3학년 학생 〈사진=조셉 최 (Joseph Choe) 제공〉

지난 5일 JTBC 기사에 목소리를 낸 한국인 학생에 대한 격려가 많았습니다. "누군지 알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느냐"고 묻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JTBC와 인터뷰 한 조셉 최(Joseph Choe), 최민우 씨는 한국인 교포 2세입니다. 텍사스 주에서 나고 콜로라도 주에서 자랐습니다. 현재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J.D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마지막 학기랍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던데, 최씨는 '아베 저격수'였습니다. 6년 전, 하버드 학부에 특강 하러 온 아베 전 총리에게 "일본 정부는 왜 위안부를 부정하느냐"며 집요하게 물어 회자가 됐었습니다. 하버드 학부 경제학과에 다닐 때인데요. 잠시 사회 생활을 하다 로스쿨로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는데,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주 아시아계 학생 30여 명과 화상 미팅을 했고, 뜻을 모았다고 JTBC에 전해왔습니다. 그는 최근까지 하버드 아시아 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 이사회에서 일했습니다.
◇"다른 아시아 학생 생각도 전해주세요"


로사린드 량 하버드대 로스쿨 석사과정 2학년 학생 〈사진=로사린드 량 (Rosalind Liang) 제공〉

기사가 나간 뒤 많은 분들이 다른 아시아 학생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댓글로 남겨주셨습니다. 서명 운동이 확산되는 데는 중국 학생들도 크게 한 몫 했습니다. 이번 서명에 함께 동참한 중국인 친구, 로사린드 량(Rosalind Liang)은 2학년 여학생입니다. APALSA와 하버드 법대 중국법학회(CLA)에서 주도적으로 중국계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중국 난징에서 18년을 살다 왔습니다. 난징대학살을 들으며 자랐고, 해마다 12월 13일엔 희생자를 기리려 묵념하는 모습을 봐왔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난징대학살 희생자 기념관에 소풍 갔다 위안부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합니다. 한국 여성도 동원된 걸 그때 알았습니다.
주말 새 로사린드와 계속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만큼이나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아파 합니다. 다음은 그녀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기자=로사린드는 중국인인데, 우리 위안부 문제에 나서게 된 동기가 궁금해요.
#로사린드=제가 살던 곳에서 고작 3분 거리에 위안소로 쓰이던 터가 두 군데 있었어요. 그 중 한 곳은 한국인 위안부 생존자인 박영심 할머니가 3년 동안 지내던 곳입니다. (박영심 할머니는 '만삭의 일본군 위안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중국인들보다 제 문제처럼 한국인 위안부에 감정을 느낍니다.

#기자=그래서 램지어 교수 주장에 더 분노한 건가요?
#로사린드=그건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감정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역사를 다루는 논문은 진실이 중요한데,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지적 완결성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자료만 골라 쓰고,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책임 있다고 보는 한국인 당사자나 제3자의 증언은 다 무시했습니다. 제 감정보다 양심에서 온 것입니다.

그 사이 하버드대 교수들도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료 교수들도 나서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근거가 부족하다 못해 결함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버드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두 교수가 램지어 교수에 반박하는 논문을 같이 준비 중입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트 교수와 일본사를 가르치는 앤드루 고든 교수입니다. JTBC는 고든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저녁(8일) 뉴스룸에서 자세한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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