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의 색다른 재미, 속초 도심 트레킹-속초에는 '사잇길'이 있다
속초에 가면 ‘사잇길’이 있다. 사잇길은 두 개 이상의 관계를 뜻하는 ‘사이’란 의미를, 길을 통해 사회문화적으로 더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길이다. 산과 바다, 바다와 호수, 원주민과 실향민 등 ‘사이’의 의미가 담긴 10개의 코스 가운데 속초 겨울 여행과 함께 걸어보면 좋을 사잇길 몇 곳을 소개한다.
▶제1길 호수길 ‘영랑호길’
먼 옛날 신라 화랑 영랑이 발견해 영랑호가 되었다는 이곳은 면적이 약 36만 평(1.2㎢)이나 되는 드넓은 석호로 사시사철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멋진 여행지이다. 아울러 호수의 전체 둘레가 7.3km로, 2시간 정도 가볍게 걷기 좋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호수 둘레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설악산 울산바위와 달마봉, 영랑호 곳곳의 물억새 군락지와 철새, 그리고 언뜻언뜻 보이는 동해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고 보행 도로를 잘 만들어놓아 누구나 쉽게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다. 길을 걸으며 만나는 범바위와, 습지생태공원도 둘러볼 만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화랑도체험장에서 승마와 마상무예를 체험할 수 있고, 하절기에는 카누 체험도 가능하다. 트레킹 코스는 보통 범바위에서 시작해 보광사, 카누 경기장, 습지생태공원을 거쳐 다시 범바위로 오는 걸로 안내하지만 순환 코스이므로 어디에서 출발해도 상관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승용차 주차가 필요할 경우엔 영랑교나 카누 경기장에서 출발하는 게 편리하다.
위치 강원도 속초시 영랑호반길 140(범바위)
▶제5길 바닷길 ‘속초해변길’
고속버스로 속초에 가면 제일 먼저 들러보는 곳이 속초해수욕장이다. 보통 그곳에서 셀카 몇 장 찍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이젠 속초 여행의 시작을 해변길을 걸으며 좀 느긋하게 할 필요가 있다. 속초해수욕장에서 대포항까지 이어진 멋진 도보여행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외옹치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항까지 이어진 ‘바다향기로’를 연장해 만든 속초사잇길 제5길 속초해변길이다. 속초해수욕장에서 대포항까지, 늘어난 바닷길만큼 볼거리와 걷는 재미도 충분하다. 망망대해를 곁에 두고 걷는 길인만큼 동해 바다 여행의 백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아쉬운 건 지난여름 태풍과 해일로 인해 투전바위에서 외옹치항 사이의 바다향기로 일부 구간이 당분간 임시 폐쇄 중이라는 것. 따라서 제1전망대에서 롯데리조트로 올라가 외옹치항 옆 도로를 이용해 대포항 전망대까지 가면 된다. 하지만 우회도로가 된 롯데리조트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 후회할 일은 결코 없다. 동절기 개방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 반까지. 대포항에서 출발해 속초해수욕장으로 가도 상관없다.
위치 강원도 속초시 해오름로 190(속초해변)
▶제9길 산길 ‘설악누리길’
속초의 산을 가볍게 느끼고 싶다면 이 길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설악산 자락으로 난 산과 계곡을 걷는 설악누리길 척산족욕공원에서 설악산 자생식물원까지 이어지는 약 4km의 길로 속초의 다양한 자연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아직 완벽하게 조성이 마무리되지 않아 약간 어수선한 느낌도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정리되고 나면 속초사잇길 가운데 가장 핫한 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길을 걸으며 바라다 보이는 설악산의 풍광이 아름답고 길을 걷는 내내 즐길 콘텐츠가 넉넉하다. 척산온천장에서의 온천욕과 족욕 체험을 비롯하여 범바위 막국수 등 갖가지 토속음식점들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설악산 자생식물들과 멸종·희귀 식물, 고산지대 식물, 야생화를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설악산자생식물원 관람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흥미로운 도보여행 코스다. 자생식물원 인근에 부엉이전시관과 테디베어팜, 얼라이브하트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 시설도 많다.
위치 강원도 속초시 관광로 277(척산족욕공원)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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