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한다는 당국, "AZ 백신 불확실성 탓?"

안정준 기자 2021. 2. 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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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러시아 코로나19(COVID-19) 백신 도입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처음 내비쳤다. 바이러스 변이는 물론 전반적 백신 공급 차원 등에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 관련 질문에 대해 "러시아 백신 관련, 변이라거나 공급의 이슈 등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백신 확보 필요성에 대해서는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의 없다"→"검토할 것" 러 백신, 당국 입장 변화

원론적 차원의 답변이었지만, 이로써 사실상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검토 여부가 정부 차원에서 최초로 언급됐다. 이는 스푸트니크V 백신의 높은 임상 예방효과가 전해진 지난주 방역당국이 내놓았던 입장에서 한 단계 더 나간 발언이기도 하다.

지난 4일 방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양동교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스푸트니크 백신과 관련해서 저희 질병청에서 현재 도입 계약을 위한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는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했던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이다. 때문에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이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공신력 있는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게재한 임상 3상시험 결과 논문에서는 스푸트니크V가 코로나 19 예방에 91.6%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백신에서는 치명적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식 직후에도 지난 4일 당국이 도입 논의가 없다고 못박은 배경은 당시로서는 이미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양 반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스푸트니크V 도입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개별 제약사 4개사와 또 코백스 퍼실러티를 통한 계약이 완료돼 있고, 추가적인 백신 구매에 대해서도 노바백스 등과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입장 변화 배경은 AZ 백신 공급, 변이 불확실성?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웨일스주 레크섬에 있는 워크하르트 제약 제조 시설에서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AZD1222'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도입계약 논의는)진행하지 않고 있다"에서 "검토해 나갈 예정"으로 입장이 바뀐 배경 관련, 우선 기존 백신 공급계획에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생겨난 점이 꼽힌다.

무엇보다 1분기부터 약 1000만명분이 순차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럽에서 고령층 접종 효과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지난주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두 번째 전문가 자문 단계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유효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결론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질병청이 고령층 접종에 대한 최종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만약 고령층 접종 불허 결정이 나오게 된다면 전반적 백신 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 우려도 정부의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검토 발언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대응력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브리핑에서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현재 남아공 변이주에 대해서는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 백신이 기존 바이러스주는 한 60% 막아낼수 있다면, 남아공 변이주는 20% 수준밖에 방어를 못한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임상을 진행한 얀센과 노바백스의 백신도 감염이 안되게 막아주는 능력이 50~60% 수준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 역시 기존 바이러스 예방효과 대비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다.

물론, 스푸트니크V 백신이 변이바이러스에도 높은 효능을 보일지 확인이 안된 상태다. 최근 랜싯에 보고된 임상 3상은 지난해 11월 연구가 끝난 결과라 최근 확산세가 두드러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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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기자 7up@mt.co.kr,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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