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1억1700만원" 나경원의 '파격'..박영선도 "퍼주기" 직격

최형창 2021. 2. 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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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1억1700만원 지원 내걸은 나경원
같은당 오신환, 허경영 빗대어 "나경영" 공세
박영선 "국가가 돈 퍼주는 거 사람들 안좋아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나경원 서울시장 예비후보.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의 신혼부부 ‘1억1700만원 지원‘ 공약을 두고 여야 후보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예비후보마저 “돈을 퍼주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직격하면서 두 후보 간 신경전이 펼쳐졌다. 나 후보는 “달나라 시장이냐”고 반박했다. 서울에 사는 청년들이 경제적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데 이 정도 지원도 못해주느냐는 의미다.

나 후보는 지난 5일 7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청년-신혼부부의 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세권 대학가 주변 등을 중심으로 평당 1000만원 수준의 주택(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하겠다”며 “39세 미만, 연소득 7000만원 미만인 청년, 혼인기간 7년 이내, 예비 신혼부부, 만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 등에게 초기 대출이자를 3년간 100%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100% 지원하는 액수는 청년의 경우 3억원까지 신혼부부의 경우에는 5억원까지다. 이자를 계산해보면 청년은 2700만원의 이자를 시에서 부담하겠다”면서 “결혼하면 4500만원, 여기에 애를 낳으면 추가 4500만원,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해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 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청년층 인기가 덜한 나 후보가 파격적인 공약으로 지지층 확장에 나선 것이다.

◆오신환 “황당한 공약“ VS 나경원 “품격과 원팀정신 잊지 말자”

가장 먼저 날을 세운 쪽은 당내 주자였다. 오신환 후보는 나 후보를 허경영 국가혁명당 총재에 비유하면서 공세를 폈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허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결혼수당 1억원, 주택자금 2억원을 무이자 지원하는 결혼공영제를 도입을 약속했다.

오 후보는 “나경원인가, 나경영인가”라며 “저출산 대책도 좋지만 앞뒤가 맞는 현실성 있는 주장을 해야한다. 세금은 깍아주고 지출은 늘리고. 대충 계산해도 5조 원은 족히 소요될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셈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나 후보의 공약을 “황당한 공약”이라고 깎아내렸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 예비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마친 뒤 자신의 사진에 사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 후보의 견제구가 날아든 까닭은 나 후보의 공약이 청년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 후보는 당 내 주자 중 가장 젊다. 청년 관련 공약도 여럿 내놓았다. 오 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전·현직 청년위원장의 지지 선언을 받았는데 청년과 중도층을 기반으로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 후보는 나 후보의 청년 공약을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 나 후보를 ‘나경영’이라고 지칭한 보도가 포털사이트를 도배하자 나 후보는 ‘품격과 원팀 정신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그는 “공격을 위한 공격에만 매몰되어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살펴보지 않고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 공세로는 게임은 바뀌지 않는다”며 “많은 전문가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만든 구체화 된 현장형 공약이다. 나경원에게 숫자는 곧 지킬 수 있는 약속이고 실천”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비판은 할지언정 비난은 삼가야한다”며 “지적은 좋지만, 조롱은 옳지 않다. 경쟁은 하되, 공멸의 내전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7일 공약인 '21분 도시'의 모델 사례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를 찾아 마곡나루역 도시형 스마트팜을 살펴본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영선 “돈 준다고 결혼하고 출산하나” VS 나경원 “현실부정 말라. 결혼·출산 환경 제공”

당 내 격전은 일단락 되는 것 같았지만 이번엔 여야로 확전됐다.

17대 국회 등원 동기로 4선에 원내대표까지 경력이 비슷한 박영선 후보가 이번에는 나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박 후보는 “시에서 돈을 준다고 해서 결혼하고, 시에서 돈을 준다고 해서 출산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행복의 가치 개념이 거기서 빠져 있다라고 본다“며 “어떤 것을 근거로 해서 그런 액수가 계산이 됐는지에 대해 밝히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그 부분이 서울시민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근거 없이, 이유 없이 마구 ‘국가가 돈을 퍼주는 것’을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으신다”며 “저는 굉장히 건전한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라고 생각하는데 서울시민도 저는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또 “결혼이나 출산이라는 문제 자체를 돈과 연결시켜서 가는 것은 조금 동의하기가 힘들다”며 “결혼이나 출산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가는 것인데 도시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고 또 출산해서 아이를 더 기르기 쉽게 해 주고 이런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나 후보는 “‘박 후보님, ‘달나라 시장’이 되시려고 합니까”라면서 “‘어떻게’ 시민들을 행복하게, 즐겁게 해드릴 것인가. ‘어떻게’에서 과연 주거 안정을 뺄 수 있는가”라고 맞섰다. 나 후보는 “지금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달콤한 표현, 낭만적인 레토릭이 아니다”라며 “우리 청년들, ‘아이를 기를만한 경제적 형편이 안 돼요’고 말하는 젊은 부부들은 지금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마음껏 결혼하고 출산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고 행복은 바로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라며 “현실을 부정해선 안 된다. ‘달나라 시장’이 되시려고 하는 게 아니라면, 정말 우리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반격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앞에서 일자리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금 지원아니라 대출이자 지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지자 나 후보는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에 입주하고자 하는 청년과 신혼부부, 만6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에 대해 초기 대출이자를 3년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자신의 공약이 현금 지원이 아니라 이자를 대신 내주겠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청년 50%, 신혼부부 50%를 기준으로 잡으면 1년차 연간 대출이자액 지원 규모가 1200억원으로 매년 1만호씩 증가하면 3년차에 3600억원”이라며 “1년에 3600억원은 서울시 전체 예산의 100분 1도 안 되는 돈으로 이 정도 도움조차 주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가 떳떳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현금성 보조금 지원이 아닌 대출이자 지원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말씀드린다”며 “임기 2기에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해드리고 주거복지의 나이팅게일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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