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부자' 코끼리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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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 사람일수록 또는 몸집이 큰 개나 고양이가 암에 잘 걸린다.
빈센트 린치 미국 버펄로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이 라이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코끼리가 속한) 장비목을 넘어 상위 분류군인 아프로테리아 상목에도 폭넓게 유전자 중복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며 "거대한 몸집의 동물이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암 억제 유전자 덕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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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억제 유전자 다수 보유..거대 동물 진화 가능했던 이유
키가 큰 사람일수록 또는 몸집이 큰 개나 고양이가 암에 잘 걸린다.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이 몸집이 커 세포 수가 많을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17%가 암으로 사망하지만 그 비율이 동물원 코끼리에서는 5%가 안 된다. 코끼리나 사람이나 세포 크기는 비슷하다. 또 코끼리는 사람만큼 오래 살면서 100배나 무겁다. 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같다면 코끼리의 발암 위험은 사람보다 100배는 높아야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런 오랜 논란거리를 해명하기 위해 현생 코끼리와 그에 가까운 계통의 동물 그리고 멸종한 매머드와 마스토돈 등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빈센트 린치 미국 버펄로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이 라이프’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코끼리가 속한) 장비목을 넘어 상위 분류군인 아프로테리아 상목에도 폭넓게 유전자 중복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며 “거대한 몸집의 동물이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암 억제 유전자 덕분”이라고 밝혔다.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에는 암으로 이어질 손상된 디엔에이를 찾아 죽이는 구실을 하는 TP53이란 유전자가 있다. 린치 교수 등은 2018년 사람에게 한 벌뿐인 이 유전자를 코끼리는 20벌이나 갖춰 손상된 디엔에이를 빠짐없이 잡아내 재빨리 제거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한 유전체에 특정 유전자가 2개 이상 존재하는 현상을 유전자 중복이라 하는데 생물 진화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문제는 여벌의 항암 유전자를 보유한 동물이 코끼리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끼리와 계통적으로 가까운 아프로테리아 상목에는 코끼리땃쥐, 케이프황금두더지 등에도 이런 현상이 널리 나타난다. 게다가 몸무게 170g인 코끼리땃쥐처럼 이들은 대부분 크기가 작다.
이런 사실은 대형 동물이 나타난 뒤가 아니라 그 전에 암 억제 유전자가 진화했음을 가리킨다. 연구자들은 “암 억제 능력은 특별히 덩치 큰 동물이 진화하기에 앞서 또는 적어도 같은 시기에 나타나 거대동물 출현을 도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프로테리아 상목에 포함된 스텔라바다소는 몸무게가 8∼10t에 이르렀으며(▶멸종 249년 만에 ‘바다소’의 완벽한 골격이 발견됐다) 멸종한 코끼리 마무트 보르소니는 무게가 16t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암 발생을 억제할 장치가 갖춰지면 “거대화가 종종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코끼리나 고래는 몸집이 거대하다는 것만으로 특별한 방어장치 없이도 포식자를 피할 수 있다. 단 암 발생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코끼리는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린치 교수는 “코끼리 유전체 전체에 암 억제 유전자가 얼마나 광범하게 포함돼 있나 조사한 결과 암 억제 유전자를 여벌로 엄청나게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이 각각 조금씩 암에 저항하는 데 기여하는 것 같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특히 코끼리는 친척들보다 유전자 수선, 항산화, 세포의 성장과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보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린치 교수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 중복이 고대의 다른 거대동물 출현과도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프로테리아 상목과 가까운 분류군이 빈치류가 그런 예다. 여기엔 아르마딜로, 개미핥기, 나무늘보 등이 포함돼 있다.
그는 “이상하게 생긴 동물을 꼽으라 하면 다 아프로테리아 상목과 빈치류에 들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여벌의 암 억제 유전자를 보유한다”며 “마지막 빙하기에 거대한 땅늘보와 거대 아르마딜로가 살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eLife, DOI: 10.7554/eLife.6504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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