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살인' 조폭, 징역 17년..진범 지목에 "하~" 한숨(종합)
주차장서 사체 유기 후 도주한 혐의도
"직접 가해 행위 한 사람이란 점 증명"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태국 파타야에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프로그램 개발자를 둔기로 내리쳐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조폭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8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37)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전력에 비춰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조직폭력 조직인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김씨는 지난 2015년 11월20일 태국 파타야에서 도박사이트 프로그램 개발자인 피해자 임모(사망 당시 24세)씨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두개골 함몰 등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씨는 살인 범행 후 파타야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리조트 주차장에 임씨의 사체가 있는 차량을 주차하고 도주해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임씨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고 태국 현지로 건너간 뒤 프로그램 개발이 늦다는 이유 등으로 김씨로부터 지속적으로 무차별 폭행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임씨가 도박사이트 회원정보를 빼돌렸다고 의심하기 시작한 뒤 폭행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씨는 임씨가 지인들에게 구조요청한 사실을 알게된 뒤 태국 현지에서 선배 윤모씨와 공모해 새로운 숙소를 찾아 떠났다.
차량으로 이동하며 윤씨가 운전하고 김씨, 임씨는 뒷좌석에 앉았다. 이 과정에서도 주먹과 발, 야구방망이로 폭행은 계속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사망한 임씨를 차량에 두고 김씨와 윤씨는 숙소에서 필로폰을 흡입한 뒤 도주했다.
도주 직후 윤씨는 태국 경찰에 "김씨가 가해자"라며 자수했다. 윤씨는 살인 및 마약 판매·복용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현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하지만 김씨는 베트남으로 도주한 뒤 지인과 후배들을 시켜 범행을 은폐하려 했고, 도피 생활 끝에 2018년 3월 베트남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된 뒤 국내로 송환됐다.
이 사건은 직접적인 범행 도구가 없고 김씨와 공범 윤씨가 서로 가해자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었다. 우선 재판부는 세 사람이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임씨가 사망한 것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차량에 타기 직전 임씨는 자기 발로 차량에 탑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세 사람이 같이 있던 시간 동안 두 사람 중 누군가 임씨를 사망에 이를 정도의 충격을 가했다는 건 상당한 가능성으로 추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 중 누군가 임씨에게 결정적 가해 행위를 했고, 검사 결과에 의하면 결정적 사망 원인이 됐다"면서 "나아가 판단할 건 김씨와 윤씨 가해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였을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 동기에 있어 김씨는 "피해자 행위로 인해 이득을 얻는 직접적 사람"이라고 설명했고, 윤씨는 "사업에 도움받으려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해 동기는 김씨 쪽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당시 윤씨가 운전을 했고 이동하며 정차한 두 번의 상황 중 윤씨가 호텔 체크인을 하며 카운터에서 물을 떠다가 차량에 있는 임씨에게 가져다준 상황을 제시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으로 태국에 수감 중인 윤씨를 국내에 송환할 수 없어 이뤄진 태국 판사 앞에서의 윤씨 증인신문 역시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접 증거인 윤씨의 진술과 간접 증거 등을 토대로 "김씨가 직접 가해 행위를 한 사람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살인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나아가 "두 사람의 도주로 인해 약간의 시간이 경과한 후 임씨를 발견한 점에 비춰 보면, 사체유기할 의사가 있는 상태에서 임씨를 차량에 방치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사체유기 혐의도 유죄라고 봤다.
아울러 "준엄하고 고귀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범행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김씨의 죄책은 윤씨보다 크고 엄중한 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계획적이고 확정적 고의로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김씨가 폭행 및 공동감금, 도박사이트 개설, 마약 관련 혐의 등으로 징역 4년6개월 형이 확정돼 후단적 경합 관계인 점을 양형 사유로 삼았다.
판결이 끝난 뒤 김씨는 법정 천장을 쳐다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하~"라고 크게 한숨 쉰 뒤 구치감 문으로 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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