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김부겸, '뺑끼통' 청년 지역주의 타파의 꿈
김 전 의원은 호적상 만 4살이었던 1962년 상주 남부초등학교에 입학한다. 1960년 후반에 대구로 이사를 가면서 대구초-대구중을 졸업한다. 고등학교 입시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아 후기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이후 다시 시험을 쳐서 경북고로 전학하게 된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1970년대 당시 분위기는 3년 개근과 우등생을 탄 모범생 '범생이'를 '얼치기 민주투사'로 바꿨다"고 회상한다. 이어 서울대 사회대 (76학번·정치학과)에 입학한다.
김 전 의원은 '긴급조치 세대' (국가 중대한 위기를 이유로 대통령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일시 정지하는 유신헌법 상 조치/86세대보다 앞선 운동권 세대) 막내로 대학 생활 내내 정권과 맞서 싸운다. 첫 계기는 2학년이었던 1977년 발생한다. 학생들의 논의의 장이었던 사회학 심포지엄이 무단 취소되자, 학생들과 학교-경찰이 충돌하는 '26동 심포지엄 사건'이 발생해 서울대는 무기한 휴교에 들어간다.
김 전 의원은 여기에 항의하는 '도서관 점거 시위 사건'에 참여하면서, 영등포 구치소와 서울 구치소를 거쳐 안양 교도소에서 2년 수감생활을 한다. 이 수감생활에서 동교동계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씨와 만나고, 김거성(문재인 정부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여균동(전 의원) 등과 토론하며 지낸다. 처음으로 '뺑끼통'(감옥 변소를 이르는 말)에 앉아보는데, 다양한 수감자들과 어울리며 민주 운동을 거듭 다짐한다.
1979년 10.26 사태부터 1980년 5.17 비상계엄까지, 민주화 요구가 들끓는 '서울의 봄'이 찾아온다. 수감 생활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온 김 전 의원은 이해찬·이신범·김병곤 등 복학생 그룹의 막내로서, 심재철 총학생회장과 유시민 대의원회 의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지도부와 함께 활동하게 된다.
김 전 의원은 결국 자발적으로 계엄사로 출두하고, 다시 안양 교도소에 수감된다. 아버지는 좌천된 이후 몇 년만에 중령으로 예편하게 된다. 공군에서 대학교육을 받은데 이어, 컴퓨터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었던 아버지의 꿈이 꺾인 것이다.
수감과 학교 제적을 반복하던 김 전 의원은 1979년 민주화 운동 동료인 이영재 목사의 여동생 이유미 씨를 만나게 된다. 대구 한국은행 직원이었던 이유미씨는 김 전 의완과 만나면서 경찰에 끌려가기도 하는 등 힘든 일을 겪는다. 하지만 큰 오빠(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학생운동으로 제적되고, 셋째 오빠(이영재 목사)는 학생운동으로 옥살이를 했고, 남동생(이영우)은 미 문화원 폭파사건으로 고문을 당하는 민주화 운동 집안에서 자란 이유미 씨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1982년 결혼 후 1983년 서울에 정착한다.
당시 시위 전력이 있으면 기업체나 사회기관 취업이 어려웠다. 때문에 김 전 의원은 이해찬의 '광장서적', 김문수의 '대학서점'과 비슷한 '백두서점'을 열어 생활고를 견뎠다. 1985년 대학에 복학하면서 동시에 김근태·김병곤·설훈 등과 함꼐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년)을 발족한다. 1986년에는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민통련) 간사 생활을 하면서 성유보·이해찬·문익환·제정구 등과 활동을 같이한다. 1987년 6월 항쟁 때 농성장 명동성당과의 연락책을 맡았고, 같은 해 서울대를 12년만에 졸업한다.
다행히 황인오와 이선실의 대화록에서 "부겸이 이놈, 키워서 혁명 전사를 만들려 했더니 도무지 협조를 안 해. 돈도 좀 주려 했더니 받지도 않고"라는 기록이 나왔다. 김 전 의원은 수상한 인물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불고지죄'로만 유죄 판결을 받는다.
‘이선실 사건'이 마무리되고 당으로 돌아오자, 이미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총재는 영국으로 떠난 상황이었다. 김 전 의원은 재판받는 와중에도 월급을 챙겨줬던 당과 김대중 총재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이어 1995년 김대중 총재의 정치 복귀로, DJ의 새정치국민회의이냐 민주당 잔류냐의 선택 기로에 서게 된다. 노무현·제정구·유인태·원혜영 등과 함께 잔류를 택한다.
분당 이후 민주당이 더 쪼그라들자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를 만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함께 동분서주한다. 특히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홍준표 변호사 집에도 찾아가는 등 인재 영입에 공을 기울이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치게 된다. 또 '하로동선'이라는 식당을 열어, 정치인들이 직접 운영하며 정치자금도 벌어본다.
하지만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이 다시 분열한다. 조순 당시 서울시장 영입파(제정구·이철 등)와 DJP 연합파(노무현·유인태·원혜영 등)로 나뉜 것으로, 김 전 후보는 조순 영입을 선택한다. 이후 조순 민주당 총재 겸 대선 후보가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와 합당을 발표하고 한나라당을 출범시키면서 당적을 한나라당으로 옮기게 된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통추' 모임을 계속 이어간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당적으로 경기 군포에서 처음으로 당선한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뒤,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김 전 의원은 '대북송금특별검사법안' 국회 통과에서 반대버튼을 누르면서 한나라당에서 겉돌기 시작한다. 결국 이른바 '독수리 5형제'(김부겸, 김영춘, 이부영, 이우재, 안영근)들과 함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 탈당파 40명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창당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열린우리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압승한다. 경기 군포에서 당선된 김 전 의원은 2005년 정세균 당시 원내대표 밑에서 부대표로서 야당과 대립과 충돌을 줄이려 백방으로 노력한다. 진보-보수를 넘나든 '대화파'로 활약하며,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통과까지 이뤄낸다.
이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들어온 손학규 후보의 17대 대선 민주당 경선을 돕는다. 당시 민주당 경선은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한나라당 경선만큼 흥행을 일으키지 못했던 상황이라,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김 전 의원이 손학규 후보를 적극 영입했던 것이다.
김 전 의원의 정치 인생은 '지역주의 타파'의 연속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경기 군포에서 당선되며 3선 고지에 오른 이후, 2012년 19대 총선 때 돌연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겠다고 선언하며 지역주의 해소의 상징이 된다.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당적을 달고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40.4%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보이지만 결국 낙선한다.
이어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도 나서지만, 권영진 현 대구시장에게 패배한다. 포기하지 않고 2016년 20대 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 다시 도전한다. 경북고-서울대 그리고 운동권 선배인 김문수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며, 보수의 심장인 TK에 민주당 깃발을 꽃는다. 2017년부터 2년동안 문재인 정부 행안부 장관으로, 2017년 말 제천 스포츠센터, 2018년 초 밀양 노인병원 화재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 2018년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3자협의체'를 구성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합의한다.
이후 2020년 21대 총선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과 맞서 패배하며 다시 고지를 내주게 된다. 2020년 8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만, 이낙연 대표와 만나 2등으로 석패를 하게 된다.
김부겸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몇 없는 영남 출신으로, 늘 개혁파로 꼽힌다.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지만, 한나라당에 있을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소신이 강하다는 평가다.
정치적 스승으로는 제정구 전 의원이 있다. 재야 운동 시절부터 민주당 입당과 분열 사태 때 늘 함께했다. TK 출신이라는 배경에 경북고-서울대 학연으로 보수 인사부터 진보 인사까지 두루두루 친한 편이다. 한나라당 시절의 원희룡, 오세훈 등 '미래연대' 모임과 같이 탈당한 '독수리 오형제'와 친하다.
그 외에 대구시장에서 맞붙었던 권영진 대구시장과 영입 인재로 공을 들였던 홍준표 의원과도 관계가 깊다. 민주당에서는 '하로동선' 식당 운영 인연으로 김원기(전 국회의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스승), 원혜영 전 의원과 친분이 깊다.
현재 당 내에서는 학창시절부터 인연인 조정식 의원, 경북고 후배인 권칠승 의원 그리고 이광재, 고영인 의원과 가깝다.
1. "소득주도성장, '을(乙)과 을의 전쟁'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게 돼 뼈아프다." (2021.02.23,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하여 최저임금의 인상과 함께 추진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과 소상공인 모두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하며)
2. "李·朴 전 대통령 사면, 책임이 부족한 정치권의 모습을 바꾸는 분위기와 대통령의 결단이 같이 가면 국민들이 양해하지 않을까." (2021.01.16,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심야 토론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며)
3.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분단이라는 비정상 역시 넘어서기를 바란다." (2020.08.18,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한반도체제와 남북이 함께 그리는 미래' 행사에서 환영사를 통해)
4. "이 문제(추미애-윤석열 갈등)는 대통령께서 지난번에 지시하신 것처럼,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어떻게든 잘 수습해야 한다." (2020.08.06,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개혁'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발언한 '독재와 전체주의'에 대하여)
5. "꽃가마 타는 당대표가 아니라, 땀 흘려 노 젓는 '책임 당대표'가 되겠다." (2020.07.08,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차기 당대표를 뽑는 8.29 전당대회에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6. "대한민국에서 인사를 하면 늘 평가가 엇갈리게 마련이나 국가 인사를 그런 식(지역)으로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다." (2019.03.14,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3.8 개각에 대구?경북(TK) 출신이 한 명도 없어 'TK패싱'이라는 지적에 반박하며)
7.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이제는 명확한 비전과 성과로 말해야 할 때." (2019.01.09,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2019년 맞아 배포한 신년사에서)
8. "노회찬 별세, 한국 정치에 너무나 큰 손실. 노회찬 의원은 '유연한 정치인'이었다." (2018.07.23,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망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해 회고하며, 페이스북 글에서)
9. "여성들이 길을 갈 때, 화장실에 갈 때, 생활할 때 불안과 두려움이 없도록 해달라는 외침을 더 이상 무심히 듣지 않겠다." (2018.06.15,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정부 서울청사 교육부?법무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경찰청 등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화장실 몰카' 불법 촬영이 완전히 근절될 수 있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며)
10. "부자들을 위한 그런 나라 언제까지 할 겁니까, 정신 차려요. 어디서 여당이라고 하면 말도 못하면서 야당이 뭐만 하면 삿대질하고." (2017.04.28,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에 게시된 대구 칠성시장에서 진행한 유세 영상에서 야유하는 대구 시민을 향해)
11. "관료?재벌집단이 상호 유착하면서 국민의 이해보다는 권력집단의 이해와 기득권 유지를 우선시하는 국가 운영 구조가 만들어졌다." (2017.03.19,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영남일보> 인터뷰에서 지방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국가 구조를 지적하며)
12. "민주당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정권 교체의 밀알이 돼 성공한 정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2017.02.07,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13. "황교안, 기회라고 하지만 그 책임을 벗어 던지고 새 길을 간다는 건 대한민국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2017.02.0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KBS1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인터뷰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비판하며)
14. "이제는 청년 기본소득 법을 통해 국가가 청년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부양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 (2017.02.01,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한민국과의 약속-청년 기본소득과 청년고용할당제, 패자부활 청년창업지원' 자료에서)
15.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확립해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임금차별을 철폐하겠다." (2017.01.23,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책 시리즈 '김부겸의 대한민국과의 약속'에서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주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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