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국보 숭례문으로.. 문화재 지정번호 없앤다

허윤희 기자 2021. 2. 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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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의 정면 야경. 이제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아니라 국보 숭례문으로 바뀐다. /문화재청

‘국보 1호 숭례문’처럼 문화재 앞에 붙는 지정번호가 60년 만에 없어진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지정번호가 문화재를 서열화한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시행으로 시작된 지정번호를 없애고 내부 관리용으로만 운영하겠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보 1호 숭례문은 국보 숭례문,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은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바뀐다.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돼 온 “국보 1호를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국보 1호는 우리 문화재의 상징인데 숭례문으로는 약하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문화재로 1호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시민단체와 함께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 청원을 내고 이런 주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문화재의 지정 번호는 가치 서열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정된 시간 순서에 따른 관리 번호일 뿐”이라고 반박해왔다. ‘국보 1호’를 금메달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보는 334호, 보물은 2110호까지 나왔다.

◇국보 1호가 금메달 아니다

숭례문과 국보 1호의 인연은 8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4년 일제가 조선의 보물을 지정하면서 숭례문에 보물 1호를 부여했다. 일제가 숭례문의 가치를 평가했던 것이라기보다 편의상 1호를 붙인 것이라고 알려져왔다. 해방 후 우리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1962년 시행된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숭례문은 국보 1호가 됐다.

1996년 국보 1호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처음 나왔다.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 프로젝트가 한창일 때였다. 국보 1호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의견은 이랬다. “국보 1호는 우리 문화재의 상징인데 숭례문으로는 약하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문화재로 1호를 바꿔야 한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국보 번호는 가치의 우열 순서가 아니라 단순 관리 번호”라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당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조사 결과 ‘반대’가 높아 국보 1호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2005년 또 한 번 논란이 점화된다. 감사원이 ‘상징성 부족’이라는 이유를 들어 문화재청에 국보 1호 교체 문제를 제기했고,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새로운 국보 1호로는 훈민정음이 적합하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때도 국보 1호는 바뀌지 않았다. 문화재위원회가 ‘현행 유지’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그 뒤 숭례문이 화재로 불탔을 때도, 숭례문 부실 복원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잊을 만하면 누군가가 ‘1호 교체’를 들고나왔다.

◇ 종지부 찍은 ‘국보 1호 교체' 논란

문화재청이 지정 번호를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이 해묵은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전문가들은 “실제 지정 문화재에 번호를 매기는 나라는 우리와 북한뿐”이라며 “일본도 국보 번호는 정부의 관리용 번호일 뿐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 공문서·누리집 등에서 지정번호 사용을 제한하고, 교과서·도로표지판·문화재 안내판 등에는 사용 중지를 추진할 방침”이라며 “기존 지정번호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밖으로 공개하지 않고 문화재 관리용(내부 행정용)으로만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8일 2021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4대 전략과 15개 과제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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