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외교' 대가,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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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냉전 말기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었던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100)이 6일 숨졌다.
슐츠가 말년에 석좌연구원을 지낸 후버연구소는 그가 "냉전 종식을 위해 외교 수단을 사용해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치인이었다고 추모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만약 내가 위기 가운데서 이 나라의 운명을 위탁할 한 명의 미국인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는 조지 슐츠"라며 "매우 분석적이고, 온화하고, 비이기적인 슐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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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냉전의 '평화적 종식'에 기여
소련과의 신뢰 회복..보수강경파 견제
1980년대 냉전 말기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었던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100)이 6일 숨졌다.
슐츠는 이날 캘리포니아 스탠포드대학교 내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후버연구소가 밝혔다. 슐츠가 말년에 석좌연구원을 지낸 후버연구소는 그가 “냉전 종식을 위해 외교 수단을 사용해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치인이었다고 추모했다.
슐츠는 1982년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국무장관으로 임명돼, 1989년 1월20일 레이건이 퇴임할 때까지 함께하며, ‘전후 최장수 국무장관’으로 재직했다.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는 경제보좌관으로,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는 노동장관 및 재무장관, 경제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국무장관이 되기 전부터 이미 공화당 행정부의 경제·외교 분야 거물이었다. 워싱턴 주류 엘리트 가운데에서도 가장 화려한 경력과 영향력을 가진 대표적 인물로 손꼽혔다.
슐츠는 레이건 행정부 초기 외교노선을 둘러싼 국무부와 백악관 내의 알력과 다툼이 심해진 상황에서 국무장관이 됐다. 레이건 대통령의 ‘악의 제국’ 발언이 상징하는 대소련 강경노선 및 군비확산 노선 하에서도, 슐츠는 소련과의 관계를 증진하고, 군축협정을 맺고, 냉전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는 외교적 성과를 남겼다. 그는 레이건 행정부 내에서 보수강경파들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보수적 이상주의를 견제하며, 외교적 성과를 낸 현실주의 외교노선의 대가로 평가된다.
그는 동맹국과 경쟁국 모두와의 관계를 개선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특히 1985년 소련의 개혁개방파인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공산당 서기장에 오르자, 즉각 양국간 신뢰 회복 및 관계 개선에 들어갔다. 이는 1987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역사적인 군축협정인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하도록 했다. 양국 지도자의 이런 신뢰 강화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부터 1991년 소련 붕괴까지, 유혈사태와 분쟁이 없이 냉전을 평화적으로 종식시키는 기반이 됐다.
1989년 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슐츠가 소련과의 신뢰 및 관계 개선에 힘쓴 좋은 사례다. 1987년 9월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2014년 사망) 당시 소련 외무장관은 회담 도중 불쑥 슐츠에게 아프간에서 소련의 철군을 알려줬다. 슐츠는 이를 3개월 동안이나 워싱턴에 알리지 않은 채 정지작업을 했다. 이를 그대로 수용하면, 레이건 행정부 내 강경파들이 소련에 대해 유화정책을 펼친다고 반발할 것을 의식해서다.
슐츠는 241명의 미군이 숨진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파 사건을 계기로 중동평화협상에도 힘을 기울였으나, 미완의 업적으로 남겼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만약 내가 위기 가운데서 이 나라의 운명을 위탁할 한 명의 미국인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는 조지 슐츠”라며 “매우 분석적이고, 온화하고, 비이기적인 슐츠”라고 평가했다.
슐츠는 100살을 맞은 지난 12월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신뢰는 나라의 법정통화”라며 “신뢰가 방 안에 있다면, 그 방이 가족방, 학교 교실, 락커룸, 사무실, 정부나 군의 방이던 간에 좋은 일이 생기고, 신뢰가 그 방에 없다면 좋은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악의 제국’이라고 부른 소련을 상대로, 그가 신뢰와 관계 개선을 이루고 결국 냉전을 해체하는 밑바탕을 이룬 근원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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