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졸업도 서러운데.."학위복 30분 대여에 3만원"

오진영 기자 2021. 2. 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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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지막 졸업식인데, 사진 한 장도 못 찍을 것 같아요."졸업식 시즌을 앞두고 대학가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마지막 졸업식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데다 학위복·학사모 등 졸업식 용품의 수량이 제한되면서 기념 촬영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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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코로나19 방역 이유로 학위복 대여 물량 제한.."졸업생 간 '암시장'까지 열려"
"인생 마지막 졸업식인데, 사진 한 장도 못 찍을 것 같아요."

졸업식 시즌을 앞두고 대학가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마지막 졸업식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데다 학위복·학사모 등 졸업식 용품의 수량이 제한되면서 기념 촬영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학위복 대여 늘리면 사람몰려…대학가 '방역 우선'에 우울한 졸업생들
2020학년도 학위수여식을 앞둔 2일 오후 대전과학기술대에서 관계자들이 졸업생들에게 우편으로 보낼 학위증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뉴스 1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모씨(25)는 오는 17일 열리는 졸업식에 입을 학위복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이 방역을 이유로 학위복 대여 물량을 1일 150벌로 제한하면서 대여가 어려워져 '웃돈'을 주고서라도 빌려야 할 상황에 놓여서다.

정씨는 "마지막 졸업식이 될지도 모르는데 학위복도 못 입고 졸업하게 생겼다"며 "2~3시간 남짓한 졸업식 동안 10만원이 넘는 대여료를 내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성균관대의 경우에는 대여업체도 없어 졸업생들 간 '암시장'까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이모씨(26)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하되지 않으면 학위복 대여를 안 한다는데 돈을 더 주고서라도 사설 사진관에서 빌려야 하나 고민중"이라며 "학교에서는 추후 일정을 기다리라고만 하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8일 대학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학위복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일부 졸업생들은 대여에 성공한 학위복의 '인증샷'을 올렸고, 한 졸업생은 "30분에 3만원씩 받고 학위복을 빌려드리겠다"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졸업생들은 입을 모아 '학위복 암시장'이 형성된 것은 학교의 책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방역 문제로 졸업식을 제한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지난해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사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아 마지막 추억을 만들 기회마저 앗아갔다는 주장이다.

대학은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대여 물량을 늘리면 졸업식 날 가족·친구를 포함해 많게는 1만명 이상이 모일 텐데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오는 3~4월 날짜를 분산해 2020·2021년도 졸업자들에게 학위복을 추가로 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수 졸업'에 졸업식도 부담…"이 기회에 졸업식 문화 바꾸자" 목소리도
휴일인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한 졸업생이 졸업가운을 입은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 = 뉴스 1

일부 졸업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졸업식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난으로 '백수 졸업'이 늘면서 지갑 사정이 가벼운 졸업생들에게 학위복·학사모와 꽃다발 등 고가의 졸업식 용품은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주장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이모씨(28)는 "취업도 못했는데 졸업식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부모님께서는 꽃다발도 사고 학위복도 빌려입자고 하시지만 돈이 한두푼 드는 것도 아니고 너무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 풍조가 과소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 졸업식에서 추억을 남겨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고가의 학위복·꽃다발로 비싼 졸업식을 치르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미다.

이현주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졸업식은 평생에 한 번 있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큰 지출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주위의 분위기에 떠밀려 과소비하는 경우가 있다"며 "고가의 졸업 축하용품을 소비하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소비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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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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