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지난해 이미 '절반환원' 결심 굳혔다

이진욱 기자 2021. 2. 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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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절반 5조원 이상 추정..새 기구 설립해 기부 추진할 듯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카카오

"카카오의 10년이 '좋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위대한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위대한 기업의 첫 행보를 그는 자산 절반을 환원하겠다는 결단으로 시작했다. 현재 40조원이 넘는 카카오 시총의 4분의 1인 10조원의 절반, 즉 5조원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다. 수조원대 재산을 기부하는 것은 국내 기업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업이 선한의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수 있다"는 지론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김 의장의 결단에 대한 찬사와 함께 한국의 기업인상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환원된 재산이 어떻게 쓰일지도 관심이 모아지는데 일각에서는 한국판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이 만들어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녀 승계설'에 오히려 발표 고민...코로나19 경제 침체 상황도 영향
김 의장은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은 시점부터 이미 사회환원을 결심하고 참모들과 구체적인 방안을 의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의장은 카카오의 새로운 10년 즉 시즌2를 맞아 기업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점과 기업의 선한의지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카카오톡이 국민기업으로서 성장하면서 기회가 있을때마다 사회환원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최근 예기치 않은 자녀 승계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됐지만 이번 기부발표로 한결 자유로와질 전망이다. 기업 승계를 염두에 뒀다면 천문학적인 자산을 사회에 환원할 이유가 없어서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제 상황이 침체한 점도 김 의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상황을 간과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날 김 의장이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김 의장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본인의 주식을 수차례 내놓기도 했다. 대다수 기업의 오너들은 회삿돈으로 기부를 행하는 것과 달리 좋은 일을 위해서라면 사재도 선뜻 내놨다. 지난해 3월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약 1만 1000주를 기부했고, 8월에는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830주를 쾌척했다.2016년부터 지금까지 김 의장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것만 135억원 상당에 달한다. 기부를 할 때마다 주식을 내놓는 바람에 주식 보유량이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특히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를 발굴해 지원하는 아쇼카한국재단에 카카오주식 3만주를 쾌척했고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를 통해서도 3만주를 기부하기도 했다. 일회성 기부나 봉사 등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혁신과 도전 등 ‘벤처정신’을 더해 새로운 사회적 환원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김 의장의 의중이 담겼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재산 절반' 5조원 추정…조만간 새 기구 설립 가능성 높아
김 의장의 기부 규모나 방식은 세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유추는 가능하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만해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은 주식 부자 3위다. 여기에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총 재산은 10조2102억원에 달한다. 기부하겠다는 재산 절반이 5조원 이상인 셈이다.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고 밝혔다. 기부 방식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새로운 기구나 재단을 설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카카오의 사회공헌재단인 카카오임팩트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조만간 재단이나 카카오임팩트 투자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이 새로운 한국형 재벌 모델을 정립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산 절반을 내놓으면서 IT(정보기술) 업계는 물론 전통적 제조업의 오너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에게서 볼 수 없던 매우 파격적인 사례 아닌가"라며 "IT 업계 오너들을 시작으로 타 업종 총수들에게 적잖은 자극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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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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