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개발 할래? vs 현금받고 나갈래?.."선택권 없는 2·4대책" 청원

이훈철 기자 2021. 2. 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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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청산' 조항 논란.."재산권 침해"
"거래 막히면서 팔수도, 살수도 없다"
4일 정부가 수도권에 61.6만 가구를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에 대한 고밀 개발로 2025년까지 30만6000가구를 공급하며 소규모 입지를 신속하게 개발하는 '소규모 재개발 사업'을 신설해 주택공급을 활성화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지하철 석촌고분역 인근 저층주거지인 빌라 밀집지역 모습. 2021.2.4/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역세권에 공공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금청산'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투기차단 등 공익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위헌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현금청산은 공공개발에 동의하지 않거나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매입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토지 소유주에게 정부가 우선분양권 대신 현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국민청원에는 공공개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돈 받고 나가라'는 소리냐는 불만까지 올라오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4 공급대책에 반대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발표 관련'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2·4대책은 위헌' 국민청원에 4일 만에 2500명 동의

청원자는 "정부의 대책 발표를 보면 대책 발표 후 사업구역 내 기존 부동산을 신규 매입 계약 체결자는 우선 공급권을 미부여할 예정이며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구역 내에서 신규 매입한 주택은 현금청산 대상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발표된 자료에는 특정지역에 또는 특정구역에 어떻게 사업을 할 예정인지 아무것도 지정돼 있지 않은 백지상태인데 어디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사업을 대책발표일인 2월4일 기준점으로 (현금청산)한다는건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헌법에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며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내외 어떠한 곳이라도 자유롭게 거소 또는 주소를 이전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 것으로 2·4 대책의 철회 또는 개정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올라온 해당 청원글에는 4일 만에 2500여명이 동의했다. 이밖에도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4대책 관련 청원글이 다수 올라와 있는 상태다.

◇현금청산 뭐길래 국민청원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현금청산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공공개발을 원하지 않는 주민에게는 현금으로 보상하겠다는 것과 2월4일 대책 발표 후 매입 주택은 무조건 현금청산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주민 3분의 2 동의를 받을 경우 나머지 3분의 1 주민이 반대하더라도 공공개발 추진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대신 공공개발을 원하지 않아 집을 팔고 이주를 원하는 주민에게는 정부가 보상하겠다고 했다. 이는 공공개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동의 요건을 낮춤과 동시에 반대 주민의 잡음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제는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주민으로서는 사실상 선택권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본인은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고 싶어도 3분의 2 주민이 동의하면 공공개발을 반대할 수 없다. 이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보상을 받고 주택을 공기업에 넘기거나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 또 현금보상 규모가 자산의 미래 가치를 충분하게 반영하지 않고 현재 기준으로 책정될 경우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하나는 대책발표 후 매입주택에 대한 현금청산이다. 정부는 공공개발에 따른 투기세력을 막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같은 강력한 조치를 마련했으나 이번 조치가 오히려 기존 주민의 발목을 잡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령 공공개발 후보지로 꼽히는 지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A씨의 경우 직장이나 가족문제 등으로 부득히 하게 주택을 처분하고 이사를 가고 싶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집을 팔 수 없게 될 수 있다. 정부 대책 이후 매입한 주택이 공공개발 대상이 될 경우 우선분양권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되기 때문에 A씨 주택의 경우 기피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정부 대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의견을 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금청산이 재개발 투자 수요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거래가 막히면서 집을 팔수도, 살수도 없는 상황이 돼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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