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눈물 외면한 지방의회..이 시국에도 해외연수 궁리
"민생보다 잿밥" 비난..광주시의회·대전시의회 등은 고통분담 동참
(전국종합=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고통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지방의회가 해외연수 예산을 인상해 빈축을 사고 있다.
내년 상반기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연수'를 챙기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집행이 불가능한데도 애써 예산을 확보한 배경에는 반납 형식을 통해 생색을 내려는 의도까지 깔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올해 국외여비와 자매·우호도시 방문여비를 전년보다 4.5% 많은 1억2천650만원으로 책정했다. 상임위원회 국외연수비 9천300만원, 집행부 동행연수 2천만원, 국제우호 교류비 1천350만원이다.
의원 수 31명을 감안하면 1인당 408만원꼴이다.
도의회는 격년제였던 상임위원회 연수를 매년 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최소한의 인상이라고 부연했다.
김해시의회도 지난해 8천900만원이던 국외연수비를 올해 1억465만원으로 올렸다. 인상률은 17.58%다.
의원(23명) 1인당 455만원이라는 적지 않는 금액이다.
김해시의회 관계자는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소폭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창녕군의회(11명)도 국외연수비를 3천850만원으로 세웠다. 지난해 3천만원과 비교하면 28.5% 증액됐다.
전북도의회 역시 "연말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될 상황에 대비해 연수비를 책정했다"며 전년보다 많은 1억2천400만원의 여비를 편성했다.
코로나19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제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국민 생활이 궁핍해진 상황을 고려할 때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굳이 올리지는 않았더라도 예년과 동일한 예산을 세운 곳도 수두룩하다.
감염병 상황이 개선되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해외연수를 꼭 챙기겠다는 의도가 녹아있다.
청주시의회(39명)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억7천210만원의 국외연수비를 편성했다.
충북 옥천군의회(8명)와 보은군의회(〃)도 지난해와 같은 금액인 2천880만원과 2천300만원을 확보했다.
국외연수비를 인상하거나 동결한 의회들은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삭감하거나 반납할 예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예산을 세워놓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충북의 한 지방의회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면 해외연수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못 쓰게 되면 그때 가서 반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극복이 우선이라며 연수비를 삭감하거나 반납한 지방의회도 적지 않다.
광주시의회는 올해 연수비 1억9천500만원 중 1억5천800만원을 삭감했고, 대전시의회는 7천500만원에서 50%인 3천750만원으로 반 토막 냈다.
전남도의회는 1억7천만원, 광주 북구의회는 2억4천400만원, 영동군의회는 2천720만원의 연수비를 삭감해 코로나19 극복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연수 관련 예산 1억549만원을 전액 삭감한 충북 제천시의회는 "시민의 일상이 멈춰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이 파탄지경에 처한 점을 고려해 의회부터 솔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국내외 사정을 종합해보면 누가 봐도 해외연수도 못 가는 상황인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기회니깐 '안 되면 말고' 식 예산을 세우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설사 해외연수가 가능해져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일찌감치 연수를 포기하는 게 민심을 대변하는 의회의 도리"라며 "떠밀리듯 예산을 반납할 때는 또 생색내기나 할 게 뻔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경남 창녕군정의실천시민단체 관계자는 "국외 연수비를 없애는 곳도 있는데, 거꾸로 예산을 증액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협치가 아닌 예산만 챙기는 의회는 연수 계획을 철회하고, 코로나19로 힘든 주민들을 돌아봐라"고 지적했다.
(김동민 김동철 김준호 장덕종 전창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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