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빠졌다던 은행 업황, 충당금 고려하면 대부분 좋아져

조귀동 기자 2021. 2. 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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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확대 따른 무이자예금 증가로 원가 개선

국내 주요 은행들의 이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다른 대손충당금 영향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다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은 지난 4~5일 발표한 2020년 실적에서 순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10.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손충당금 영향을 제외하고 보면 대부분이 흑자였다.

4대 주요 시중 은행. /조선DB

은행들은 올해 저금리 영향으로 대출금리와 조달금리 차이인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 0.0~0.5% 정도의 초저금리인 무수익예금(핵심예금)이 대폭 늘면서 조달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해 NIM 축소 영향을 상쇄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가계나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크게 심해지지 않으면, 대손충당금 환입을 통한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지난 4~5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 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10.8% 각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은 2조44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5.8% 줄었다. 신한은행도 2조3300억원에서 2조800억원으로 10.8%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6.1%(2조1400원→2조100억원), 우리은행은 10.3%(1조5300억원→1조3700억원) 각각 순이익이 줄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손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이 1040억원에서 4830억원으로 3800억원 늘어났다. 이 금액이 모두 순이익으로 잡힌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은행의 올해 순이익은 2조6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늘어나게 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3610억원 늘렸는데, 순이익 감소 규모(1300억원)보다 2300억원 더 많다. 우리은행도 순이익 감소폭은 1570억원인데, 손상차손으로 4170억원을 쌓아 놓았다.

그래픽=박길우

대손충당금을 고려해도 유일하게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은 신한은행 정도다. 신한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충당금으로 1130억원을 설정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순이익 감소폭(2510억원)이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라임펀드 등에 따른 충당금 690억원 등 일회성 요인을 더 고려해야 한다.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었다지만, 순이자이익이 도리어 늘어난 곳도 있다. KB국민은행은 6조3600억원에서 6조7500억원으로 6.1% 늘었다. 신한은행은 1.0%(600억원) 늘어나며 지난해와 비슷했다. 우리은행은 0.5%(300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그나마 많이 감소한 곳은 하나은행인데, 2%(1060억원)에 불과하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신한은행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당좌예금 등 금리가 연 0.0~0.5%로 아주 낮은 무수익예금(핵심예금)이 늘어나면서 조달금리가 내려갔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예수금은 2019년 281조6000억원에서 2020년 302조5000억원으로 20조9000억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핵심예금 증가 폭은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예수금 증가(20조원)를 약간 웃도는 수준(21조7000원)으로 핵심예금이 증가했다.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사정이 비슷하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재정·통화 정책으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은행의 ‘원가’가 대폭 낮아진 셈이다.

결국 2020년 순이익 감소는 대손충당금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는 얘기다. 이 대손충당금이 환입될 수 있느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상 대출의 부실화 규모에 달려있다. 연체율은 KB국민은행은 2019년 0.24%에서 지난해 말 0.17%로,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0.23%에서 0.21%로 각각 줄었다. 하나은행은 0.26~0.2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이 원금 상환 유예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도 이를 신청한 소상공인 비중은 소수이고 연체율 등의 지표도 크게 나빠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대규모 부실 채권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길우

올해에는 지난해와 같은 유동성 확대 수혜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어 은행 수익성 회복에는 도움이 될 거라는 게 금융업계의 관측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평균 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020년 8월 연 2.63%에서 같은 해 12월 연 2.74%로 0.11%p 올랐다. 특히 가계대출이 8월 2.55%에서 12월 2.79%로 0.24%p 뛰었다. 가계 신용대출 금리가 연 2.86%에서 연 3.50%로 0.64%p 급등한 영향이 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은행이 정부의 대출 규제 방침에 따를 수 있는 방법은 금리를 올리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서 순이자 마진도 올 상반기 상당폭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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