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 조국·추미애가 봤다는 이 영화에 윤석열이 나온다고?
추미애·조국·이재명 잇달아 언급..정치권 화제
브라질 모루 판사=윤석열 총장?
친문(親文) 인사들이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언급하는 나라 중 하나가 브라질이다. 이 시국에 뜬금없이 브라질을 소환해 낸 것은 ‘윤석열 검찰’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브라질의 5년 전 정변(政變)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브라질 좌파의 아이콘인 룰라(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룰라의 정당인 노동자당(PT) 소속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 모두 엘리트 검찰과 사법부가 기득권 보호를 위해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사법 쿠데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주정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득권 편에 선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은 이같은 브라질 상황에 우리 상황을 대입시켜 끌어낸 것이다.
이 과정을 잘 다루고 있는 영화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The edge of democracy)’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을 저격하기 위해 이 영화를 거론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추 전 장관은 모루 판사를 ‘모로 검사'라고 썼다.) 추 장관 이후, 신장식 변호사가 군대가 아닌 수사권에 의해 일어난 ‘연성쿠데타’(팟캐스트 ‘다스뵈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사법쿠데타’(한겨레신문 칼럼)라고 했고, 조국 전 법무장관·이재명 경기지사 등도 잇달아 이 영화를 언급하며 (기득권 검찰의 사법 쿠데타로부터)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지극히 좌편향적이지만, 우리의 진실 반추케 하는 잘 만든 영화
2014년 3월부터 시작된 브라질의 대대적인 반(反)부패 수사인 ‘라바 자투(Lava Jato·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 이른바 ‘세차작전’이 이 영화의 배경이다. 수사를 주도한 엘리트 연방판사 세르지우 모루는 브라질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대규모 돈세탁, 거대한 부패 스캔들, 뇌물과 공금 유용 등을 밝혀내 수많은 고위 인사를 사법처리함으로써 브라질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룰라와 호세프 정권의 몰락도 이 세차작전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차 작전은 브라질 좌파만 겨냥한 게 아니었다. 브라질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을 혁파하는 수사였고, 이 때문에 다양한 성향의 브라질 국민이 대부분 이 수사에 열광했다. 이 다큐가 주장하듯 브라질 기득권의 편에 서서 좌파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수사를 했다는 건 편협하기 짝이 없는 해석이다.
영화를 연출한 페트라 코스트는 브라질의 촉망받는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자 민주화 운동가의 딸이다. 코스타 감독은 친 룰라-호세프 성향을 숨기지 않고 좌파 편향적 시각을 영화에 담았다. 무엇보다 룰라와 그 후계 정치세력의 몰락이 극우 카르텔 때문이라는 설정이 너무 견고해, 모든 정황이 여기에 끼워 맞춰진다.
모루가 예비구금제도를 이용해 고위 인사들의 구속을 유도하고, 언론플레이로 대중의 분노를 폭발시키게 했다는 게 이 영화가 주장하는 극우 카르텔이다. 룰라, 호세프 등 노동자당 세력은 선(善), 모루 판사와 우파 정치세력·언론·기업인들이 악(惡)이라는 이분법에 충실하다.
그러나 룰라가 검찰 조사를 받는 장면, 호세프가 탄핵당한 후 뒤를 이은 테메르 대통령이 육가공 업체 사장과 뇌물 제공 관련 통화를 한 내용 등 깊은 이면의 내용까지 생생히 담겨 충분한 긴장감을 준다.
코스타 감독이 외면한 팩트들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 지금 한국의 정치상황과 대비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모루와 윤석열, 룰라와 노무현, 호세프와 문재인
친문 세력들은 이 영화의 상황과 인물들을 우리 쪽과 대비시키며 윤석열 검찰의 사법 쿠데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브라질의 모루와 한국의 윤석열이 닮은 건 사실이다. 전(前) 대통령을 구속시키고,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것까지 똑같다. 그러나 차이점도 많다. 모루는 좌파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지만 윤석열은 우파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친문 세력은 모루와 윤석열이 모두 우파 편을 들고 있는 듯 몰아가려 하지만 전제부터 틀렸다. 윤석열 총장이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대결 국면을 보이는 것은 권력에 저항하고 있는 것인데도, 친문 세력은 윤석열 검찰이 마치 문 대통령 정부를 전복시키려 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어찌보면 두 사람은 ‘진영'이 아니라 ‘법’, 혹은 좀 거창하게 말해 ‘정의’의 편에 섰다고 어필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모루 판사가 현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르 대통령 정부의 법무장관이 된 것은 좌파 권력 찬탈의 대가인 것처럼 영화는 묘사했지만 이 역시 편협한 해석이다. 모루가 인기 없는 보우소나르 정부를 사실상 지탱해왔고, 그러다 결국 보우소나르의 전횡에 저항하며 지난 4월 사임했다는 사실은 영화가 다루지 못했다.
친문 세력은 브라질 좌파가 뿌리 깊은 부정부패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능한 국정 운영으로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간 것은 애써 외면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런 정황은 언급되지 않는다. 친문 세력이 브라질과 우리를 매칭시키고 있는 것 역시, 사실과 다른 게 너무 많다. 그걸 찾아보면 친문세력의 아전인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관전 포인트: 과연 이들은 닮았는가
◇알고 보면 좋은 것들
세르지우 모루는 누구?
추미애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루 판사를 ‘모로 검사’라고 썼지만 그는 판사다. ‘라바 자투’(Lava Jato·일명 세차작전) 수사를 지휘하면서 브라질의 뿌리 깊은 정경유착 관행과 위선을 캐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 현역 의원 중에 모루의 수사 명단에 오른 사람이 60%가 넘을 만큼, 이름 그대로 싹쓸이 청소 작전을 지휘했다. 브라질 좌파 아이콘인 룰라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혐의로 감옥에 넣어, 대선 출마마저 봉쇄해버렸다. 보우소나르 대통령 정부에서 법무장관이 됐으나 보우소나르의 인사 전횡에 반발, 지난해 4월 사퇴했다. 모루는 이런 말을 남겼다.
“개별적인 범죄로서 부패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러나 (브라질에서처럼) 제도화된 부패(systemic corruption), 즉 게임의 규칙으로서 뇌물을 수수하는 것은 공·사 영역의 심각한 타락을 말해주는 것이다. 뇌물을 주고받는 게 ‘게임의 규칙’이자 ‘시장의 법칙’처럼 사회 전반에 스며든 관행이다 보니 뇌물을 받았다고 자백한 사람들조차 그 대가로 뇌물 공여자에게 특혜를 더 준 것도 아닌데 왜 받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브라질은 왜 판사가 수사하나?
검사가 아닌 모루 판사가 라바 자투 수사를 주도했다는 것이 좀 의아하다. 브라질의 사법 제도는 판사가 검사와 경찰을 지휘해 수사를 하게 하고, 이를 재판 과정에 반영한다. 우리도 압수수색 영장 등은 판사로부터 발부 받아야 하지만, 브라질은 수사 내용과 방법도 판사와 상의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게 더 많다.
라바 자투(Lava Jato·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이란?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페트로브라스가 발주하는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오데브레시 등 대형 건설회사들이 막대한 뇌물을 뿌린 것에 대한 수사. 2014년 3월부터 몇 년간 계속됐으며 이 수사로 드러난 뇌물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이 돈 중 일부는 돈세탁을 거쳐 주요 정당에 흘러들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브라질 의원 3분의 2가 수사 대상이 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 수사보다 먼저 상파울루 과루자에 있는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와 돈세탁 등 혐의가 포착돼 연방검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뇌물 사건에 연루돼 직접 기소된 것은 라바 자투 수사를 통한 게 처음이다. 룰라의 변호인은 “2018년 대선에서 룰라의 출마를 막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기소”라고 반발했다.
◇함께 보면 좋은 것들
[기사보기] ①2016년 3월 부패 혐의 룰라, 수석 장관으로 취임… 브라질 발칵
[기사보기] ②2016년 9월 브라질 14년 좌파정권, 경제 파탄에 무너졌다
[기사보기] ③2016년 9월 무능·부패 포퓰리즘 정권의 몰락… 南美 ‘좌파벨트’ 치명타
[기사보기] ④2018년 4월 룰라 구속… ‘지지율 1위’ 대선 레이스서 떨어져 나갈 듯
넷플릭스의 시리즈물 ‘부패의 메커니즘’(O Mecanismo·The mechamism)이 이 영화와 함께 볼 만한 영화다. 부패의 메커니즘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원작으로, 라바 자투(세차작전)의 흐름을 실감나고 세밀하게 따라간다. 리우데자네이루 주의 거대 빈민촌 ‘파벨라’를 배경으로, 브라질 최대 부패 스캔들을 파헤쳐 나가면서, 쳇바퀴 도는 듯한 부패의 연결고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와 룰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등 라바 자투 수사의 이면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와 같은 사건과 시대적 배경을 다루지만 좌파 편향을 싹 걷어냈다. 목숨을 걸고 부패를 파헤치는 영화의 주인공이 “우리는 너무 이념적으로 나뉘어 있다”고 독백하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개요 다큐멘터리 l 브라질 l 121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정치권 화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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