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시위' 자영업자들 절규.."보증금 까먹고 알바해요"
8~10일 자정, 수도권 한 영업장 모여 기자회견
첫 개점한 사장 "매출 80%↓ 대책 나올까 참여"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신재현 수습기자 = "밤 9시 영업시간 제한으로 월 1000만원 적자입니다. 작년부턴 배달라이더로 부업도 해요."
서울 강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윤모(34)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씨는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가 수도권만 유지된 '밤 9시 영업중단'에 반발, 8일 0시부터 시작한 '개점 시위'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이날 윤씨의 PC방에 모여 방역기준 불복 개점 시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근거 없는 밤 9시 영업시간 제한 폐지 ▲자영업자도 참여하는 방역기준 조정기구 구성 ▲손실보상법에 소급적용 허용 ▲보상협의기구에 자영업자 참여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자영업자비대위의 개점 시위는 이날을 시작으로 9일과 10일 두 차례 더 열린다. 개점 시위는 서울에 있는 점포 한 곳을 정해 0시에 문을 열고 정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시위 장소는 윤씨의 PC방이었고, 2차와 3차 개점 시위는 각각 서대문구에 위치한 코인 노래방과 서초구에 위치한 호프집에서 열린다.
김종민 자영업자비대위 대변인은 "지난주 월요일, 밤 9시부터 자정까지 간판 및 매장 불을 켜두는 점등 시위를 시작했고 오늘 0시에는 처음으로 개점 시위를 열었다"면서 "점등 시위는 단순히 불만 켜 두는 식이었지만, 개점 시위는 사람들이 매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비대위는 개점 시위가 열릴 예정이었던 전날(7일), 점등 시위에 참여한 점포도 3만 곳에 달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주 점등 시위 참여 점포를 따로 취합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런데 어제 개점 시위를 하기 전 단체 카카오톡방이나 밴드 등을 활용해 집계한 결과, 당일 약 3만 점포가 점등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개점 시위에 첫 장소를 제공한 윤씨는 참여 이유에 대해 "밤 9시 영업 제한으로 인해 바쁜 시간에 문을 닫게 되니까 매출이 70~80% 이상 줄었다"면서 "인건비, 월세, 전기세 다 감당하기가 힘들어서, 시위에 참여하면 이런 점을 보완할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운영을 하면서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윤씨는 "매장 월세와 관리비만 450만원 정도가 나오고 인건비로도 나간다"면서 "보증금이 5000만원인데, 작년에 9개월 정도 월세가 밀리면서 다 깠다"고 말했다. 윤씨는 부족한 소득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배달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3차 개점 시위 장소를 제공하기로 해 오는 10일 자정 문을 연다는 서초구 호프집 사장 이모씨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시위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작년 12월과 비교해 매출이 정확히 83% 정도 떨어졌다"면서 "저희는 보통 저녁부터 시작하는 업종이라, 밤 9시 영업제한은 실질적으로는 영업금지와 비슷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버틸 수가 없으니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의 매장은 월세가 600만원이 넘는데, 최근 나오는 월 매출은 500만원대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보상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방역 선두에 서서, 말 잘 듣고 영업 금지하거나 영업하지 않아 생긴 피해에 대한 소급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상협의기구 등 전문가들이 모여 한다는 회의에 당사자인 우리들이 다 빠져 있는데, 같이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창구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비대위의 이번 시위는 일단 오는 10일 3차 시위까지 진행된다.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개점 시위가 상징적으로 문만 열어두는 것이지 실제로 손님을 받는 등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정부가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불법 영업까지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비대위는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 음식점호프비상대책위원회 등 12개 단체가 모여 결성됐다. 개점 시위에는 여기에 헬스장·피트니스 업주나 당구장, 볼링장, 스크린골프장 업주 및 단체 등도 합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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