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처벌' 속도내는 민주..野 "언론 장악"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 카드를 본격적으로 뽑아들었습니다.
지난 3일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와 가짜뉴스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국민 권리와 명예를 보호하고, 사회 안정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곧바로 언론 관련 법안 6개를 내놓으며,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했습니다.
야당은 "언론 길들이기"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1차 규제 대상은 '인터넷 보도'…유튜브·블로그도 해당
먼저 법안 내용부터 살펴봅니다.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은 두 갈래입니다. ①인터넷상 가짜뉴스 처벌 ②허위보도 피해자 구제 강화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을 하면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대표적입니다. 이 법안의 규제 대상은 유튜버와 블로거 등 인터넷 기반 매체입니다. 기성 언론은 현재 언론중재법과 신문·방송법 등으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법과 형법 관련 규정을 고쳐야 하는데, 개정안이 이미 발의됐지만 이번 임시국회 처리 대상에선 빠졌습니다.
또 민주당은 정정보도 시, 원래 보도 분량·크기의 최소 2분의 1 이상으로 게시하도록 언론중재법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기존 언론중재법에는 정정보도의 크기나 시기, 횟수, 게재 위치 등은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에 맡겼습니다. 그러나 법으로 최소 분량을 규정해 오보와 허위보도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민주당은 인터넷 기사로 피해를 본 경우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는 법안도 추진합니다. 악성 댓글 피해자는 해당 게시판 폐쇄를 포털에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법안이 통과되면, 법원 판결이 없이도 관련 행정부처 명령만으로 특정 콘텐츠 접속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오염된 뉴스 전국에 퍼지는 시스템"
민주당은 변화된 언론 환경에 따라 새로운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야당 등에서 제기하는 표현의 자유 침해와 '언론 길들이기' 의혹은 적극 반박했습니다.
김종민 최고위원은 오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재의 언론 환경을 "언론사가 각자 뉴스를 배달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뉴스가 한꺼번에 배달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염된 물이나 녹물이 파이프라인으로 전국에 일시에 퍼지듯이, 부정확한 보도가 기정사실화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이런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서 부정확하고 편파적인 보도를 어떻게 공정하게 바꿀 수 있느냐가 언론 개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의 법안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거란 지적에는 "동의 못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독자들이 (보도를) 믿지 못한다는 식으로 불신이 높아지면 언론 자유는 의미가 없다"면서 "정부나 국회가 나서기 전에 언론 스스로가 언론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언론개혁법을 '민생법안'이라고 표현했던 노웅래 당 미디어·언론상생TF 단장은 오늘 당 회의에서 "일차적으로 가짜뉴스가 판치는 유튜브와 SNS, 1인 미디어의 횡포를 막자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또 기성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여부를 이번 주에 명확히 결정하는 한편, 포털에도 가짜뉴스 유통 책임을 묻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비판은 수용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문 대통령의 언론 공약을 지키는 것이 입법보다 우선이라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지적에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안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거라는 시민사회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팩트가 다른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는 공익 목적으로 보기 어렵겠지만, 가짜뉴스 범위는 가능하면 좁혀서 정의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의힘 "언론장악…'랜선 보도지침' 강요하나"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이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며, 해당 법안들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소위 언론 개혁을 내세워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면서 "가짜뉴스를 규제한다면서 사실상 정권 눈높이에 맞춘 '랜선 보도지침'을 강요해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정권이 가짜뉴스를 만들고 있다고도 비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해온 공정사회와 야당과의 협치, 북한의 비핵화 의지 등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근 야권에서 문제 삼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발 '북한 원전추진 문건' 등을 거론하며 "정권이 가짜뉴스 진앙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권이 언론에 재갈 물리려 한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집권세력의 언론 장악에 맞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헌법 정신 수호에 힘을 모으겠다"고 했습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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