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진 "납세자 존중 없는 文 정부 부동산 정책"

2021. 2. 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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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이철희의 정치쇼]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SBS 이철희의 정치쇼 (FM 103.5 MHz 9:05 ~ 11:00)
■ 진행 : 이철희 지식디자인연구소 소장
■ 방송일시 : 2021년 2월 8일 (월)
■ 출연 :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서울시장 후보 회전문 출마라 식상해
- 86세대 이후 40년 동안 새로운 세대 없어, 위아래 문제인데 좌우로만 해석
- 부동산 정책 상위 1% 배제는 민주주의 위배
- 저세율-저복지 사회라 부동산으로 노후 대비
- 징벌적 세금으로 부동산 정책 개선 안 돼
- 집값 내리려면 증세와 가계 부채 감축 함께 가야
 
▷이철희 : 원래 「천관율의 큰 그림」을 진행할 시간인데요, 오늘은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려보려고요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서울대 사회학과의 장덕진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장덕진 : 네, 안녕하세요.
 
▷이철희 : 더 큰 그림입니다. 마침 오늘 아침 신문에 우리 장덕진 교수님의 칼럼이 실렸던데요?
 
▶장덕진 : 네.
 
▷이철희 : ‘코로나19 관련된 재정지출 어떻게 할 거냐?’ 이 이야기던데, 도표를 보니까 참 쉽게 잘 설명이 돼 있더만요. 인구 100만당 확진자 수 추계 하나 있고, 그다음에 GDP 대비 코로나19 재정지출 추계 하나 있고 이걸로 비교해 보니까 우리나라가 어디쯤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게 돼 있던데요, 그렇죠?
 
▶장덕진 : 네, 맞습니다.
 
▷이철희 : 일본이 좀 눈에 띄데요?
 
▶장덕진 : 네, 일본이 좀 눈에 띄는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예외적이고요, 일본의 코로나19 인구 100명당 확진자 수는 우리보다는 한 2배쯤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 보기에는 ‘저 사람들은 방역에 완전히 실패하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OECD 평균에 비하면 한 1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굉장히 적은 편인데, 우리보다는 많지만 적은 편인데, 코로나19랑 관련해서 쓰고 있는 예산은 어마어마하죠. GDP의 44%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아주 독보적으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이철희 : 저는 그게 참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코로나19 잘 대응하는 나라 순위 매겨보면 일본이 우리보다 앞이었단 말이죠. ‘왜 그렇지?’ 이랬는데, 이 표를 보니까 조금 이해가 됐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단도직입적으로 코로나 대응 관련한 재정이 너무 인색한 거 아니에요?
 
▶장덕진 : 한마디로 딱 잘라서 말하기는 사실은 쉬운 게 아닌데요, 전반적으로 보면 확진자 수,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확진자 수도 적고, 그런데 돈을 적게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가 적어서 효율적인 방역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지금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예를 들어서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동시에 한다든가 이렇게 됐을 때 보편‧선별 지원 동시에 하는 거 찬성이냐 반대냐를 떠나서 돈을 쓸 곳에 쓰고 있느냐를 따져서 쓰지 않아도 되는 데는 안 쓰고 써야 할 곳은 집중적으로 쓰고 이런 식으로 돈을 쓰는 전략을 바꿔야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효율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GDP 한 14% 정도 쓰고 있는데,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보다는 많이 쓰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관리가 잘되고 있지만, 이거를 분명한 목적을 갖고 합리적으로 쓰지 않으면 한꺼번에 확 늘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습니다.
 
▷이철희 : 잘 써야 된다?
 
▶장덕진 : 네.
 
▷이철희 : 그건 당연한 얘기잖아요.
 
▶장덕진 : 당연한 이야기인데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이데, 예를 들어서 지금 비수도권에서는 자영업 영업시간이 1시간 늘어나고 이런 변화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수도권의 자영업하시는 분들은 뭐 이제는 정말 도저히 더는 못 견디겠다 이런 상황이 되고 있는데,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방역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엇은 작동하고 무엇은 작동하지 않는다라는 걸 이제 우리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데이터를 살려서 정말로 여기는 틀어막아야 된다라고 하는 데는 집중적으로 틀어막고 대신에 거기에 준하는 이분들이 실제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보상을 해 주고 이런 식으로 돈을 쓰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예를 들어서 영업 제한하면서 동시에 소비쿠폰 준다, 이건 일본에서 고투이트(Go To Eat) 캠페인이니 고투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이니 이런 거죠. 일본이 돈 많이 쓰게 된 계기 중에 하나가 그거인데, 한편으로는 가서 경기 진작해야 되니까 식당 가서 밥 먹으라고 쿠폰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근처 식당에 사람들이 모여서 밥 먹으면 코로나 서로 전파될 거 아닙니까? 이 두 가지의 상충되는 제거를 동시에 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정책을 하게 되면 돈만 쓰고 효과가 없어지는 거죠.
 
▷이철희 : 장덕진 서울대 사학과 교수랑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장덕진 교수는 이른바 ‘큰그림계의 피카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경향신문의 “장덕진의 정치시평”을 쓰고 계시고 줄 긋고 보는 사람, 애독자 중에 하나고요, 중앙일보에도 “장덕진의 퍼스펙티브”?
 
▶장덕진 : 네.
 
▷이철희 : “장덕진의 퍼스펙티브”라는 칼럼을 연재를 하고 계신데, 근래 쓴 칼럼 중에 제가 눈에 들었던 것 하나부터 질문드려볼까요? ‘서울시장 선거 왜 시들하냐’ 이거를 좀 다뤘던데, 제가 봐도 좀 시들하거든요. 언론이나 후보들은 무지하게 바쁘고 분주한데, 왜 그런 거예요?
 
▶장덕진 : 글쎄요. 근래에 쓴 제 칼럼 중에 그게 눈에 들어왔다고 하셨는데, 저는 근래 쓴 제 칼럼 중에 그게 제일 재미없는 칼럼이었었거든요. 선거가 시들해서 쓰면서도 재미없게 느껴졌는지,
 
▷이철희 : 제가 의문의 1패를 당한 것 같은데.
 
▶장덕진 : 선거가 시들하다 보니까 제가 쓰면서도 재미없게 느껴졌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이게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정치지도자, 혹은 고위관료,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공직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키우고 어떤 방식으로 뽑을 것인지, 어떤 사람들을 거기에 충원할 것인지에 대한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나라마다 사실은 상당히 다른 시스템들을 가지고 있거든요. 지금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 국가별로 다 상세하게 설명하진 않겠습니다만, 우리 같은 경우에는 이런저런 시스템들이 다 믹스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시스템은 작동을 잘 안 하고, 그러다 보니 몇몇 사람들, 혹은 특정한 정치적인 기득권 집단이 모든 자리를 돌아가면서 다 하는 지금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돼버렸어요. 그래서 특정한 사람들이 국회의원하다가, 장관하다가, 지자체장하다가, 또 국회의원하다가 삥삥삥 돌고 돈 거거든요.

지금 시장하시겠다고 나온 분들의 경력을 보면 10년 전에 출마하셨던 분도 있고 그 이전에 시장을 하셨던 분들도 있고, 그러니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지지할 생각도 없고 저분이 뭘 하셨는지, 유명해서 유명하다는 것 말고 저분이 뭘 하셨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겠고 이런 분들이 거대한 회전문을 돌고 도는 거죠. 저 회전문으로 들어가서 국회의원하고 장관하고 나와서 이제 시장하겠다라고 하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별로 딱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는데 그럼 투표를 포기할까, 아니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무나 찍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겠죠. 그래서 시들한 거였습니다.
 
▷이철희 : 이른바 회전문 출마네, 그렇죠?
 
▶장덕진 : 그렇죠.
 
▷이철희 : 그때 그 사람들이 자꾸 나오면 식상하긴 하죠.
 
▶장덕진 : 네. 그분들만 계속해서 나오는 새로운 엘리트는 체계적으로 충원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이라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이철희 : 그런데 또 이렇게 말씀드리면 들은 분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새인물이라고 해 봐야 또 별것도 없잖아요?
 
▶장덕진 : 새신물이 처음부터 별게 있는 새인물을 우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기다린다는 거는 말이 안 되는 거고요. 그게 선거 때마다 구세주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이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지겠습니까? 그러나 정말로 우리가 훌륭한 퍼블릭 오피스라고 하잖아요. 공직에 있으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인물군을,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인물군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정비를 해야 할 때는 이미 상당히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2019년 9월 9일 자 칼럼을 제가 들고 나왔습니다. 제가 다 보는 사람이에요.
 
▶장덕진 : 무시무시하네요.
 
▷이철희 : 그중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민주화 세대의 특권을 잊어버리고 좌우가 아닌 위아래를 봐야 한다” 저는 굉장히 공감했거든요. 지금은 좌우의 시대가 아니잖아요. 그렇죠? 앞으로 갈 거냐 뒤로 갈 거냐, 또는 위로 갈 거냐 밑으로 갈 거냐 이 싸움인데, 왜 우리 정치는 또는 우리 정치를 주도하시는 분들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장덕진 : 결국 그거겠죠. 앞에서 했었던 이야기랑 연결되는 거겠지만, 새로운 정치엘리트,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소위 86세대라고 하는 분들은 일종에 역사의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이거든요.
 
▷이철희 : 역사의 시민권?
 
▶장덕진 : 네. 그러니까 그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면 그냥 주어지는 법적인 시민권 말고 정치적인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고 자기가 그 세대에 속한다, 그 집단에 속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정치적인 정당성을 인정 받고 이런 역사적인, 정치적인 시민권을 획득한 세대가 86세대란 말이에요. 그래서 그분들이 그런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데는 물론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죠. 30년, 40년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사이에, 그 이후에 새롭게 이러한 종류의 시민권을 획득한 집단이나 세대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분들이 그 희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30년이 지났는데, 거의 4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이분들은 그 당시의 대결구도를 지금까지 가지고 오거든요. 그러니까 세상은 달라져서 위아래가 문제가 되게 됐는데, 아직도 좌우의 렌즈로 자꾸 세상을 해석하게 되는, 그리고 그런 정책을 쓰다 보니까 제가 가끔 농담으로 하는 얘기인데, 영어 시간에 수학 공부하고 수학 시간에 영어 공부하는 일이 벌어진단 이야기입니다.
 
▷이철희 : 공부를 하긴 해요.
 
▶장덕진 : 어떤 분들은 안 하기도 하죠.
 
▷이철희 : 재미있자고 드린 말씀인데, 근래에 칼럼을 쓰신 걸 제가 읽어 보면 부동산 정책, 그리고 납세자 정치 이런 쪽으로 좀 포커스를 많이 두고 계신가 봐요?
 
▶장덕진 : 네, 몇 차례 썼었습니다.
 
▷이철희 : 요즘 그런 데 관심을 많이 갖게 계신 거죠?
 
▶장덕진 : 네. 관심 중에 하나죠.
 
▷이철희 : 2020년, 그러니까 작년 11월에 쓴 칼럼을 보면요 한국에서 절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 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입과 관련된 교육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이다. 뭐 교육 정책은 그렇다고 치고, 지금은 코로나 시대 비대면 수업 때문에 학력 격차가 많이 나는 게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지적들도 나오긴 합니다만, 오늘은 우선 교육보다는 부동산을 좀 짚어 보면 이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기본 인식 자체를 잘못하고 있다 이런 지적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장덕진 : 네. 제가 썼었던 부동산에 대한 칼럼들은 부동산 집값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이런 쪽은 제가 잘 알지도 못하고요, 그렇게 큰 관심이 있는 영역도 아니고 저는 오히려 우리가 부동산 정책을 하는 데 이것이 우리의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에 있느냐 이게 저의 주된 관심입니다. 그렇다면 사실은 정치적으로 보면, 혹은 민주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국민보다 더 중요한, 더 무서운 단어가 시민이고 시민보다 더 무서운 단어가 납세자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미국 같은 나라는 세금에 대한 저항 때문에 아예 나라를 만들어버린 게 미국이잖아요.
 
▷이철희 : 그렇죠.
 
▶장덕진 : 그렇죠?
 
▷이철희 : 따지고 보면.
 
▶장덕진 : 식민 본국인 영국에서 제대로 정치적인 대표를 해 주지도 않으면서 세금은 계속 내라 그러니까 이런 식의 불합리한 세금은 못 내겠다 우리 나라를 따로 만들래 그러고 아예 나라를 만들어버린 게 미국이잖아요. 그렇다면 납세로 하여금 세금을 내라고 한다는 것은 그의 사적인 부를 국가에 이전하라고 하는 건데, 그러려면 납세자에 대한 정치적 존중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지난 스물네 번인가요, 이제 스물다섯 번이 됐나요? 이 스물다섯 번의 부동산 정책에서 제가 가장 크게 실망했었던 것은 납세자에 대한 정치적 존중이 거의 없었다, 내지는 전혀 없었다.
 
▷이철희 : 차라리 징벌적 성격이 있었죠. 그렇죠?
 
▶장덕진 : 징벌적 성격이 있고요, 그다음에 상위 1%가 계속해서 언급이 되는데,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상위 1%면 생각보다 굉장히 넓습니다. 국민 전체로 생각하면 50만 명이고요, 이렇게 쉽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어도 부동산 정책을, 혹은 납세 정책을, 세금 정책을 민주주의와 관련 지어서 생각하는 사고의 회로가 없다는 뜻인 거죠. 저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철희 : 상위 1%라고 하더라도 50만이고, 그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배제되면 안 된다.
 
▶장덕진 : 그렇죠.
 
▷이철희 : 민주주의에 위배된다 이런 말씀이시잖아요?
 
▶장덕진 : 맞습니다.
 
▷이철희 : 그리고 또 하나, 저는 상대적으로 공감한 부분이었는데요, 주택이라는 게 단순히 집값 올라가서 돈 벌자 이런 것도 있지만 일종에 노후연금 같은 성격 있잖아요? 노후복지 성격이 좀 있는 거잖아요? 그걸 잘 지적하셨던데요?
 
▶장덕진 : 이게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어느 나라는 집값이 비싸고 어느 나라는 상대적으로 싸고 그런데 여기에 집값만 움직이는 게 아니고 다른 정책들하고 같이 움직이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한 2개 정도의 균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는 집값이 비싼 경우에는 세금이 낮고 그다음에 민간부문의 부채 비율이 높아요. 그게 한국의 전형적인 예고요, 집값이 싼 경우에는 대신에 세금이 높고 민간부문의 부채 비율이 낮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집값을 만약에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면 강남 집값을 꼭 끌어내려야 하느냐 하는 것은 또다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만, 만약에 끌어내려야 한다면 동시에 정부는 뭘 해야 되느냐 하냐 그러면 세금을 어떻게 올릴 것이고 민간부문의 민간 부채를, 가계 부채를 어떻게 줄일 것이고, 이걸 같이 하고 집값을 끌어내리자고 해야 이 조합이 맞는 거거든요. 그런데 나머지는 손을 안 대면서 집값만 끌어내린다고 하는 것은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정부가 해야 할 정책적인 책임의 상당 부분을 국민들 중 일부에게 떠넘기는 셈이 되는 거죠.
 
▷이철희 : 들으니까 참, 우리가 부동산 문제를 집값 문제 하나로만 이걸 올릴 거냐, 아니면 안정화시킬 거냐, 떨어뜨릴 거냐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갖는 편협함이라고 그럴까요?
 
▶장덕진 : 그거는 아주 오래된 신화인데, 그건 우리가 객관적으로 다시 검증할 필요는 저는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서울의 집값이 글로벌 도시 중에서 비교해 보면 비싸지 않거든요.
 
▷이철희 : 안 비싸요?
 
▶장덕진 : 글로벌 도시끼리 비교하면 서울의 집값이 한 중간 정도 되고요, 소득 대비로 비교하면 낮은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물론 서민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강남의 아파트 집값은 20억 해, 30억 해 어마어마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글로벌 도시들하고 비교했을 때는 또 전혀 다른 것이고, 맨해튼의 집값이 비싸다고 억지로 끌어내린다는 정책을 쓴다는 이야기 아마 들어본 적 없으실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렇다면 우리가 이걸 반드시 끌어내려야 되느냐, 우리가 그동안 갖고 있었던 집값에 대한 믿음이 객관적인 사실이냐 하는 것은 한번 다시 따져볼 필요는 있다는 거죠.
 
▷이철희 : 그런데 어쨌든 집의 문제, 사고 파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거주할 집의 문제는 지금 자가보유율이 한 60% 되나요? 더 되나요? 그렇죠? 그러면 집 없는 사람은 여전히 집 없는 서러움이라는 걸 겪잖아요. 그 문제는 그럼 어떻게 풀어야 돼요?
 
▶장덕진 : 그 문제는 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예를 들어서 세율을 생각을 해 보면 우리나라 한국인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체 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0%가 넘는단 말이에요. 그러면 한국에서 10억짜리 집에 산다 그러면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전체 자산은 다 합쳐서 한 12억쯤 돼요.
 
▷이철희 : 80%니까?
 
▶장덕진 : 현찰 한 2억쯤 있단 얘기죠. 여기서 세금을 내라는 거하고, 미국은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30%거든요. 그러면 이 사람이 10억짜리 집에 산다고 그러면 전체 자산은 한 30 몇 억 이렇게 돼요. 그러면 여유분이 20 몇 억이 있는 거죠. 여기서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아까 잠깐 언급하신 것처럼 주택이 일종에 노후의 사적 보험 역할을 한다는 건데, 세금은 낮고 복지도 낮고 집값만 비싸니까 이 사람은 노후를 위해서 평생 노력해서 집 한 채를 마련한 거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세금을 비싸게 매기면 사람들이 노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니까 그래서 문제라는 거고요, 그래서 여기를 징벌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말씀하신 대로 합리적인 수준의 합리적인 환경의 집들을 어떻게 최대한 많이 보급하고 그다음에 꼭 서울이 아니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느냐 이런 부분에 우리가 좀 관심을 돌려 볼 필요가 있겠죠.
 
▷이철희 : 하나만 더 여쭐게요. 코로나19 관련해서 이게 “지나치게 정치화됐다.” 또는 “정치적으로 소비된다.” 이런 표현을 쓰시던데, 그 점을 설명해 주시죠.
 
▶장덕진 : 사실 모든 재난은 정치적으로 소비가 됩니다. 과거에 우리가 겪었었던 가슴 아팠던 재난들, 세월호 참사, 메르스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소비가 되고요, 코로나19 같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기억하시겠지만, 작년 1월에 처음 확진자가 나오고, 그다음에 중국에 이어서 우리가 거의 세계에서 제일 많이 확진자가 늘어나고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 입국제한을 당하고 그런데 그때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었잖아요?
 
▷이철희 : 네.
 
▶장덕진 : 그리고 지나간 재난의 경험들을 생각하면 야당 입장에서 보기에는, 혹은 현 정부의 비판적인 언론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이 재난이 총선에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하겠구나. 야당한테 유리하게 작용하겠구나’라고 생각하기가 굉장히 쉬운 것이고, 그래서 그 당시에 그야말로 재난 대응 능력이 정권을 평가하는 모든 것이다라는 프레임이 아주 강하게 만들어졌죠. 그랬는데, 뜻밖의 우리의 방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적인 소위 K방역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유권자들이 ‘맞아. 재난 방역 능력이 이렇게 중요한 건데’하고 4.15 총선에 표를 몰아준 것인데, 사실은 우연도 상당히 작용했죠. 만약에 우리가 정점이 조금이라도 늦게 왔더라면 그러면 총선 결과는 바뀌었을 수도 있겠죠.
 
▷이철희 : 맞습니다. 더 큰그림을 들으니까 좋네요. 저는 오늘 많이 배우고 또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멀리서 오시고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장덕진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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