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전파력에 백신 무력화까지, 집단면역 위협하는 변이 바이러스
[경향신문]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의 효과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와 코로나19의 불편한 동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7일(현지시간) 남아공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실망스러운 예방 효과를 보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 1일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100만개의 백신을 확보해 다음주부터 배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최소한의 면역 기능만 제공한다는 임상 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현재 남아공 신규 확진자의 90% 가량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추산된다.
영국 옥스포드대와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가 2026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2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증과 중등증 발현을 막는 효과는 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효과가 75%였던 것에 비추면 효과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과학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백신 사용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대신 화이자와 존슨앤존슨의 백신을 배포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부위는 인체 세포의 수용체에 달라붙는 역할을 하는데, 변이가 발생해 인체에 더 단단히 달라붙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들 변이 바이러스는 대개 높은 전파력을 보인다.
실제 미국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연구보고서 공개 사이트인 ‘메트아카이브’에 게재된 한 연구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2배로 늘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9.8일에 불과했다. 약 열흘마다 2배씩 확산된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영국발 변이가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35~45% 가량 높다고 추정했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백신 생산 속도를 상회할 경우 조기에 집단면역에 이른다는 구상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 CBS 인터뷰에서 “올 여름 말 이전에 집단면역에 이를 수 있다는 구상이 매우 어려워졌다”며 “만약 우리가 백신을 충분하게 확보했다면 다른 얘기가 됐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남아공발 변이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을 이끈 샤비르 마디 비트바테르스란트대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대응의 초점을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확보보다 취약한 집단을 보호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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