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갈림길' 백운규 전 장관 "월성 1호기 폐쇄는 국정과제"

허진무 기자 2021. 2. 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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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평가 조작' 의혹 관련 직권남용·업무방해 등 혐의
구속 여부 따라 채희봉 등 청와대 관계자 검찰 수사도 기로

[경향신문]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8일 대전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57)이 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았다. 청와대로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는 백 전 장관의 구속 여부에 따라 힘을 받거나 잃게 된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40분부터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심사는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 속에 오후 8시50분쯤 끝났다. 앞서 백 전 장관은 법원에 출석하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적법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지난 4일 백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보면 백 전 장관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18년 4월 산업부 정모 과장(50·불구속 기소)에게 월성 1호기의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받자 질책하며 ‘즉시 가동 중단’ 결론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정 과장이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그해 5월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에 전기 판매단가와 원전 이용률 등을 낮추는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다고 봤다. 회계법인은 그해 6월11일 ‘즉시 가동 중단’에 부합하는 평가 결과를 내놨고, 한수원 이사회는 6월15일 평가 결과를 토대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산업부 김모 서기관(50·구속 기소)이 문모 국장(53·구속 기소)과 정 과장의 지시에 따라 감사원의 산업부 방문 조사 전날인 2019년 12월1일 밤 원전산업정책과 사무실을 찾아 2018년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에서 삭제한 원전 관련 자료 530건에는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 있었다. 검찰은 청와대와 산업부가 월성 1호기 폐쇄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한수원을 압박하고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백 전 장관은 당시 산업부의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청와대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할 핵심 인물이다. 백 전 장관이 구속되면 검찰 수사는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55·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등 청와대 관계자들을 향하게 된다. 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여권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정치적 수사이며 검찰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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