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새 수장 네번 바뀐 남부지검, 왜?..라임 사건 놓고 법무·검찰 기싸움
[경향신문]
법무부가 오는 9일자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신임 서울남부지검장에 보임하면서 남부지검 수장이 불과 7개월만에 4번이나 바뀌게 됐다. 남부지검에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정·관계 비리 수사 등 주요 사건이 산적한 가운데 인사권을 놓고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부지검은 작년 7월과 10월 송삼현 전 지검장과 박순철 전 지검장이 잇따라 물러난 뒤 이정수 현 지검장이 통솔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박범계 장관 부임 이후 법무부가 첫 검사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9일부터 이정수 지검장과 심재철 검찰국장이 자리를 교대하게 됐다.
그동안 남부지검장의 진퇴는 항상 라임 펀드 수사와 맞물려 있었다. 송삼현 전 지검장 사퇴 당시에는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남부지검 수사가 그의 사퇴를 촉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재임 중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정훈 전 청와대 행정관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활동 당시 ‘미키루크’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구속했기 때문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순철 전 지검장은 취임한 지 72일만에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폭탄 선언’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이때 윤석열 검찰총장은 김봉현 전 회장의 검사 술접대 폭로 등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라임 사건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한 상태였다. 이 무렵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 절차도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 다음 부임한 이정수 지검장은 술접대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검사들을 신속하게 재판에 넘겼다. 당시 수사팀에선 “지금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이틀 앞두고) 기소하면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지만 이 지검장이 기소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부임하는 심재철 검찰국장은 과거 전국 검찰청 부패사건을 총괄하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남부지검이 김 전 회장의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을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윤석열 총장에게 직보한 데 대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라임 수사 보고에서 윤 총장이 제외됐고, 현재까지 남부지검장이 최종적인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갈등 여파로 라임 수사가 더디게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야 정치인들을 겨냥한 로비 수사뿐 아니라 라임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현직 검사와 수사관들에 대한 조사도 마찬가지다. 남부지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라임 사건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한다는 방침 아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밖에 국회와 여의도 금융권을 관할하는 남부지검에는 각종 관심 사건들이 몰려 있다. 이 때문에 남부지검은 이른바 ‘1청’인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2청’으로 불린다. 남부지검은 현재 박범계 장관이 연루된 국회 신속처리안건지정(패스트트랙) 당시 사건,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사건, KBS의 검·언 유착 의혹 녹취록 오보 사건 등을 수사하거나 공소유지 중에 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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