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애플, 협상 완전히 끝났나 막판 기싸움인가

변지희 기자 2021. 2. 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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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005380), 기아(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등 현대자동차그룹이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향후 두 회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의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인지, 막판 기싸움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전기차 등 다른 분야에서의 협의 가능성은 열어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차 분야에서는 자동차 업체와 IT 업체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애플카 가상 이미지./맥옵저버

그간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과 관련해선 '기아와 애플이 이달 중 4조원 규모의 정식계약을 체결할 것',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할 계획'이라는 등 구체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앞서 현대차는 애플과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지난달 9일 애플카 협력과 관련된 보도가 나왔을 때 현대차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했었다. 애플을 명확하게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기아가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팀장

이달 초 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협력과 관련한 국내외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기아가 애플카 생산을 맡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며, 이달 중 애플카 생산을 위한 4조원 규모의 정식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현대차와 애플이 애플카 협업을 위한 합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미국 CNBC), "기아가 애플카의 조립생산을 맡기 위해 잠재적 투자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이르면 2024년부터 애플카를 생산할 것"(WSJ)이라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갑작스럽게 애플과의 협의를 부인한 것과 관련해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이유로 애플의 '신비주의'가 꼽힌다. 글로벌 기업간 전략적 제휴는 협상이 완료되기까지 물밑에서 비밀리에 진행돼야 하는데, 애플은 누구와 협업하는지 알려지기를 극도로 꺼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애플카 협업을 간접적으로 시인하자, 애플이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현대차와 애플이 애플카 생산 관련 협의를 최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며 "현대차·기아가 한국 언론에 이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점이 애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수년간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를 비밀에 부쳐왔고, 이 과정에서 공급 업체와의 관계를 과도하게 통제해왔다는 것이다. CNBC도 "현대차가 이번에 배웠듯이 애플과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공장. /AP=연합뉴스

애플은 현대차·기아 이외에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도 애플카 생산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까지 애플과 협업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진 업체는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해 최소 10개다. 지난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혼다, 마쓰다, 닛산, 미쓰비시 등 최소 6개사가 일본 내에서 협업을 논의중이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푸조-시트로앵을 보유한 PSA그룹도 애플과 협업을 논의중이다.

애플이 일본차 브랜드와 협업을 고민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차급과 뛰어난 품질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준중형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등 일부 인기 차급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 자동차는 초소형차부터 경차, 미니밴, 트럭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은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이 뛰어나 완성차의 품질이 높고 사후관리 서비스(AS)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품질을 중시하는 애플이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일본업체들과 협력을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 중 애플과의 접촉을 인정한 업체는 없었다. 혼다와 마쓰다는 "말할 수 없다", 미쓰비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닛케이에 말했고, 닛산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한 부품업체 간부는 "토요타나 혼다로부터 애플카 생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세단 ES 300h./한국토요타 제공

업계에선 현대차·기아와 애플 간 협상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해 진출하고자 하는 자율주행·전기차 시장은 현재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는데, 테슬라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자동차-IT업체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 중 자율주행·전기차를 공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GM과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세 곳이 꼽힌다. 애플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보유하고 있을뿐 아니라 미국에 생산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애플이 애플카 출시를 계획한 2024년에 맞춰 자동차를 실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요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인 애플 입장에서는 GM과 포드의 경우 이미 미국 내에서 자율주행에서 앞서가고 있어 이들과는 제휴가 어렵다"며 "결국 전략적 기술 제휴를 위한 해외 파트너로 현대차나 기아, 외국 업체들을 대안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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