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소득 5만달러가 많다고?'..美민주당 내분 부른 지원기준 논란

이슬기 기자 2021. 2. 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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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하원 50여명, 바이든에 反 선별지급 서한 발송
샌더스 키즈 "연소득 5만달러가 부자? 어이없다"
"생활비 높은 지역 고려해 현재 기준 유지해야"
민주당 온건파·공화당은 '재정 건전성'에 방점
재무부까지 가세…외신 "조율은 바이든의 과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가운데 '1400달러 현금 지급' 문제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급 대상을 결정짓는 소득 기준을 두고 집권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양 안(案)의 재정적 차이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지원 기조를 사실상 '보편 지급'에서 '선별 지급'으로 선회하는 문제인 만큼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다. 특히 진보진영 내 권력구도 개편을 꾀하는 진영 간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델라웨어주 뉴캐슬 공항에 도착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52명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1400달러 현금 지급의 연소득 상한선을 기존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미 진보진영의 아이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속한 민주당 좌파 성향 의원모임 '의회진보모임(CPC)'의 인사들이 대거 동참했다. 이 모임의 회원만 상·하원을 통틀어 100명에 달할 정도로 워싱턴의 주요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안나 에슈(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함께 이번 서명을 주도한 인물이자 '샌더스 키즈'로 불리는 알렉산드라 오카시오-코르테즈(뉴욕)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연소득 5만 달러(약 5600만원)가 너무 많아서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은 충격적일 정도로 터무니없다"며 바이든을 공개 저격했다. 2016년 샌더스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며 그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해온 코르테즈 의원은 당내 주류세력인 온건파를 여러 차례 비판하며 당내 급진 좌파의 얼굴로 부상한 인물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행정부가 경제 지원금 지급을 위한 연소득 상한선을 낮추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지역구처럼 생활비가 많이 드는 다수 지역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소득 기준치를 일괄적으로 낮추면 수많은 개인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도 다음날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경기부양책의 지원 대상을 정하는 소득 수준을 낮추려는 것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 없는 노력"이라고 했다. 그는 "부자들이 세금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나 역시 원치 않는다"면서도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나 캘리포니아 등 지역에서 연간 5만2000달러를 벌어 생활하는 노동자들에게 '당신은 소득이 많아 혜택을 못 준다'고 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지 않느냐"고 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연소득 기준 개인 7만5000달러 이하·부부합산 15만달러 이하 계층에 1인당 140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공화당과 학계는 물론 여권 중도파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와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지급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일 민주당 하원의원들에게 '개인 5만달러 이하·부부합산 10만달러 이하'로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6일(현지시각) 민주당 마이크 톰슨 하원의원이 공개한 1400달러 지급 기준 관련 서한. /트위터

민주당의 '반(反) 선별지급 연판장'은 같은 날 미 상·하원이 경기 부양책에 '예산 조정권'을 적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나왔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없이 단순 과반(51표 이상)만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해진 만큼,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공화당이 반대해도 1조9000억달러의 슈퍼 부양책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핵심 쟁점인 현금 지원 상한선 조정까지 일방적으로 강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당내 소수파였던 CPC 등 급진세력이 이번 일을 계기로 차기 주도권을 잡으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당 내 접점을 찾아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재무 당국도 반기를 들고 나섰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 7일 CNN방송에 출연해 "초등학교 교사나 경찰 등 1년에 6만 달러를 벌어도 코로나19 사태로 자녀 부양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거나 추가 부담을 떠안은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에게는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5만달러 상한선이 너무 낮다고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2주 내 하원에서 부양책을 처리해 상원으로 넘기고, 3월15일까지 부양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법안은 '일자리 지키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번 부양책 통과 이후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추가 부양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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