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특별장학금도 없다는데..'등록금 소송' 장기화에 대학생들 시름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에 대응해 지난해 앞다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장학금을 지급했던 대학들이 올해는 재정난을 이유로 추가 지급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등록금 갈등 재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 대학과 정부를 상대로 지난해 7월 제기된 등록금 반환 소송도 7개월이 넘도록 변론기일도 잡히지 않는 등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어 대학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은 올해 1학기도 원격수업 위주로 학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실험·실습·실기 과목이나 일부 소규모 강의만 제한적인 대면수업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학들은 원격수업의 질을 높여 비대면 상황에서도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원격수업의 낮은 질 문제로 갈등이 반복된 데다 학교의 각종 시설 이용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해 9~10월 전국 대학생 44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95.8%가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대학의 대책이 미비했다는 비율도 56.5%에 달했다.
대학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유학생이 급감하고 비학위과정 등 운영이 위축돼 수익이 크게 줄어든 데다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특별장학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숭실대·고려대·연세대 등 일부 대학이 최근 특별장학금 지급 계획을 밝혔지만 대학가 전반으로 퍼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학들도 미숙한 부분이 있었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대부분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주머니를 털어도 나올 것이 없다"며 "등록금도 13년째 동결한 상황이라 올해는 반발이 거세도 특별장학금을 주는 대학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장학금 지급을 위한 정부 지원이 논의되지 않는 것도 대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1000억원을 확보해 등록감 감면을 위해 자구노력한 일반대 138곳과 전문대 99곳 등 237개 대학에 '비대면교육 긴급지원금'을 교부했다.
올해는 이같은 지원 방안을 검토되지 않고 있다. 원격수업의 낮은 질이 등록금 반환 요구의 주요 원인이었으나 대학들이 이를 상당 부분 개선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재난 상황에서 등록금 감면 근거를 명시한 '고등교육법 개정안'(등록금 반환법)이 최근 시행됐기 때문에 장학금 지급 여부도 대학과 학생이 협의할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사무처장은 "작년에는 대학들이 어떻게든 장학금 재원을 마련해서 지급하면 정부에서 일부 보조를 해줬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없어 (특별장학금 지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지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원격수업의 질을 높여도 대면수업의 질에 비할 수 없고 시설 이용에도 제약이 크기 때문에 등록금을 감면하지 않는다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는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돼 특별장학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관심이 적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전대넷 주도로 지난해 7월 대학생 3463명이 전국 46개 대학(국공립대 20곳·사립대 26곳)을 상대로 1인당 국공립대는 50만원, 사립대는 100만원씩 돌려 달라며 제기한 등록금 반환 소송도 지지부진해 대학생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피고 측 답변서나 위임장을 제출하는 것을 미룬 대학들이 있어 소장 접수 이후 7개월이 지나도록 첫 변론기일도 잡히지 않았다.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원고로 참여했던 대학생 가운데 500여명은 소송을 취하해 3000여명만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등록금 반환 소송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박현서 변호사는 "오는 3월 중 변론기일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나 1심 재판 결과는 내년 상반기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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