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윤석열, 첫 인사부터 파열..갈등의 서막 올랐다?

이윤희 2021. 2. 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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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취임후 첫 인사 두고 '잡음'
'윤석열 패싱' vs '패싱 아니다' 논란
우호적 분위기서 지난주 세 번 회동
尹 불만표출에 朴 이례적 인사 대응
[서울=뉴시스]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은 박 장관이 지난 1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과 윤 총장이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자료=뉴시스DB).

[서울=뉴시스] 이윤희 김가윤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첫 번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 반영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 요구를 사실상 '패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박 장관은 직접 패싱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인사의 성격을 떠나, 박 장관이 첫 행보부터 윤 총장과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향후 박범계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의 관계도 험로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검사장급 인사 4명을 전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박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임기 시작 이후 열흘 만에 이뤄졌다. 승진 인사가 없는 데다 소규모로 이뤄졌지만, 내용과 형식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 의견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과 심재철 검찰국장의 서울남부지검장 전보 등은 윤 총장의 요구와는 반대되는 인사 조치라는 것이다. 윤 총장이 구체적인 인사안이나 인사 시기 등을 언론 발표 전에 전달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국장 교체와 신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임명 등 일부 인사안에 윤 총장 요청이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또한 법무부는 박 장관이 구체적 인사안을 윤 총장에게 직접 전달했고, 사전에 인사안도 전달하려했으나 오히려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날 직접 "패싱이란 말은 맞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국장으로 발탁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을 두고도 논란이다. 이 지검장은 대검 기조부장 출신이며, 박 장관이 중퇴한 남강고 후배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이날 윤 총장 징계 과정서 징계에 찬성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남부지검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당시 윤 총장에 유리한 상황을 빼고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천=뉴시스]배훈식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1.02.08. dahora83@newsis.com

인사 내용을 떠나 박 장관이 취임 2주도 되지 않아 윤 총장과 대립 구도를 형성한 점이 주목된다. 추미애 전 장관의 경우도 취임 후 일주일여 만에 단행한 검찰 간부 인사가 윤 총장과 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초 박 장관은 윤 총장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던 추 장관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인 만큼 이견이 있어도 충분히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박 장관은 과거 SNS에 '석열이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 박 장관은 취임 전후 윤 총장과 소통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전임 장관과는 차별점을 두는 듯했다. 윤 총장 역시 박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자 먼저 축하전화를 거는 등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허심탄회한 소통'을 강조했고, 윤 총장과 두 차례 이상 만나 인사를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지난 1일 취임 인사를 포함해 양측은 지난주에만 세 차례 얼굴을 맞댔다.

그러나 잦은 만남에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우호적인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02.08. 20hwan@newsis.com

지난 5일 2차 인사 회동 후 박 장관이 윤 총장 요구 사항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다. 윤 총장 측이 인사 논의가 보여주기식 만남에 그친다는 취지로 불만을 표출한 모습이었다.

법무부는 일요일인 지난 7일 기습적으로 인사를 단행하며 맞섰다. 휴일날 검찰 인사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장관은 인사 청취 과정에서 오간 대화 등이 왜곡 보도되고 있다며, 인사 단행 시기를 앞당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과 윤 총장 사이 벌써부터 냉기류가 감지되면서, 향후 검찰개혁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달 중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재차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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