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임됐지만 장악력 떨어진 이성윤..현안 수사 어떻게
서울중앙지검 후속 중간 간부 인사 폭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간부 인사에서 유임됐지만 검찰 내부의 신망 저하와 조직 장악력 약화로 주요 현안 수사가 집중된 전국 최대 검찰청을 제대로 통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인사 직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이 지검장이 중앙지검 검사들 사이에서 교체를 요구할 만큼 이 지검장의 조직 장악력은 확연히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윤 총장 징계 사태 당시 중앙지검 간부들은 이 지검장을 찾아가 사퇴를 건의했으며, 평검사들도 이 지검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논의하는 등 사실상 집단 항명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선 `식물 지검장'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을 재신임한 박 장관은 8일 취재진과 만나 "현안 수사하는 분들은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검장은 주요 사건을 놓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수사지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사건의 처리를 놓고 이 지검장과 수사팀이 충돌하는 일이 이어질 전망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조직 장악을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널A 사건' 의견대립…한동훈 처분 지연될 듯
이 지검장이 일선 수사팀과의 의견 대립으로 갈등을 빚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사건은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전 기자의 일명 `검언유착' 의혹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1부(변필건 부장검사)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이 지검장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물증으로 확보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를 종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에도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보자며 결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사건과 관련 "휴대전화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것이) 맞느냐는 강력한 문제 제기가 있다"며 포렌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한 검사장에 대한 처분은 당분간 미뤄질 전망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옵티머스 수사 막바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검찰이 조만간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불구속기소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공공수사2부(권상대 부장검사)는 지난달 이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팀은 이 실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정하고 이를 대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져 소환조사가 이 실장을 기소하기 위한 마지막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지검장이 반대하고 있어 사건이 처분될 때까지 각종 잡음이 나올 수 있다.
1조원대 펀드사기 사건인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건은 조만간 수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경제범죄형사부(주민철 부장검사)는 이 사건의 핵심인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등 경영진과 핵심 브로커들의 신병을 확보해 대부분 재판에 넘긴 상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거론된 정관계 유명 인사들의 개입 여부나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가족·측근 수사 속도 내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측근 의혹 수사는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윤 총장 가족·측근 의혹을 수사 중인 형사6부(박순배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중앙지검이 맡은 다른 4개 사건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회사 협찬금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사건에 개입한 의혹, 윤 총장 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의 친형 뇌물수수·사건무마 의혹 등이다.
다만 이 사건 역시 수사 결과를 놓고 수사팀과 이 지검장의 의견이 다를 경우 한 검사장 사건처럼 이 지검장과 수사팀 간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후속 인사에 주목…1∼4차장 모두 바뀔까
뒤이어 진행될 중앙지검 차·부장 검사 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번 검사장급 인사 규모가 소폭이었던 만큼 중간 간부급 인사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앙지검 내에서는 이 지검장이 조직 장악을 위해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지검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1∼4차장과 주요 사건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부장 검사들이 대거 바뀔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유임됐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면 조직을 제대로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은 무엇보다 내부 신망을 얻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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