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의 성관계, 동의 얻으면 괜찮다? [생활법률 Q&A]

강민구 변호사 2021. 2.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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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위계'란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정상적인 성적 의사결정을 못하게 만드는 경우를 뜻한다.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不知)를 일으키고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해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여기서 말하는 오인·착각·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와 관련된 것이었다.

즉 간음행위 자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다른 상황에 대한 오인·착각·부지는 간음죄 성립 요인이 아니라고 간주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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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부동산 전문변호사 강민구의 사건분석] 위계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

(시사저널=강민구 변호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020년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로 이송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Q. 미성년자를 위계로 간음하는 경우 성관계에 동의해도 '위계간음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위계에 해당되나요?

A. '위계'란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정상적인 성적 의사결정을 못하게 만드는 경우를 뜻한다.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착각·부지(不知)를 일으키고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해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치료나 종교의식을 내세워 상대방이 간음 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거나 착오를 일으키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원래 여기서 말하는 오인·착각·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와 관련된 것이었다. 즉 간음행위 자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다른 상황에 대한 오인·착각·부지는 간음죄 성립 요인이 아니라고 간주돼 왔다. 그래서 대법원은 다음 세 가지 경우에서 모두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피고인이 미성년 피해자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거짓말을 해서 여관으로 유인해 간음한 경우(대법원 2002도2029 판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정신장애가 있음을 알면서 온라인 쪽지를 이용해 피해자를 피고인의 집으로 유인한 후 성관계와 제모를 해 장애인인 피해자를 간음하고 추행한 경우(대법원 2014도8423, 2014전도151 병합판결) △화대를 줄 의사가 없으면서 속이고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경우(대법원 2001도5074 판결) 

하지만 이에 대해 법조계와 학계의 비판이 일었다.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이나 동의로 보이는 언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에 의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후 대법원은 아동·청소년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당시 쟁점은 14세 피해 여성을 간음한 사건이었다. 피고인은 온라인에서 자신을 미성년자로 속이고 피해 여성과 사귄 후, 피해자에게 "내 선배와 성교해 달라"고 부탁한 뒤, 자신이 마치 그 선배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와 성관계를 저질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경우에도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5도9436 판결)  

대법원은 해당 판결문을 통해 "왜곡된 성적 결정에 기초해 성행위를 했다면 왜곡이 발생한 지점이 성행위 그 자체인지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인지의 여부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발생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해자가 오인·착각·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이에 반하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폐기됐다. 동시에 위계의 개념이 보다 폭넓게 인정됐다. 

■ 강민구 변호사는 누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강민구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을 졸업했다.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를 지냈다. 2001년 법무부 장관 최우수 검사상을 수상했다. 검찰을 떠난 뒤 형사와 부동산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가동산 사건을 다룬 소설 《뽕나무와 돼지똥》을 비롯해 《부동산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부동산·형사소송변호사의 생활법률 Q&A》《형사 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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