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G> 새 역사를 쓴 네팔의 셰르파들
[EBS 뉴스G]
박민영 아나운서
오늘 뉴스G는 네팔의 등반대 소식 가져오셨다고요.
서현아 기자
얼마 전, 네팔인 열 명으로 구성된 등반대가 산악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철 히말라야 K2봉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8천 미터 넘는 히말라야 14개 고봉 가운데 유일하게 동계 등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곳인데요.
새 역사를 쓴 주인공들은 전문 등반가들이 아니라, 등반가들의 길을 주로 안내해주던 현지 셰르파들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뉴스G에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이곳에는 에베레스트부터 시샤팡마까지, 해발 8000m가 넘는 산이 모두 14개 있습니다.
그 중 파키스탄 북부의 중국 국경 지역에 자리 잡은 K2(케이투)는 에베레스트에 이은 세계 2위 고봉입니다.
‘야만적인 산’으로 불릴 정도로 등정 난도가 높은 봉우리로 꼽히죠.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에베레스트보다 더 등정하기 어렵다
는 평가까지 받고 있습니다.
특히 K2의 겨울은 등반객 열 명 중 세 명이 숨졌을 정도로 악명이 높습니다.
정상 부근의 풍속은 시속 200km 이상까지 올라가고, 기온은 영하 60도까지 내려갑니다.
혹한과 칼바람이 몸을 저미는 가운데 집채만 한 얼음덩이가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죠.
때문에 K2는 8000m 이상 14개 고봉 가운데 유일하게 겨울철 등정이 이뤄지지 않은 산으로 남아있었는데요.
지난 1월 16일, K2봉 정상에 네팔 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역사상 최초로 K2 겨울 등정에 성공하며 산악 역사를 다시 쓴 이 등반대의 구성원은 네팔인 셰르파 열 명.
그간 해외 원정대 소속으로 여러 등정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네팔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쳤습니다.
니르말 푸르자 / 등반가
"우리가 함께 정상을 밟았다는 것이 감격스럽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 뭉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메시지입니다."
전문 산악인들의 그늘에 가려 있던 셰르파족들이 이뤄낸 쾌거이기도 합니다.
기록이나 명예가 아닌 생계를 위해 등반하는 셰르파들에게, 그들의 기량과 의지를 온전히 보여줄 기회는 없습니다.
에베레스트를 24번 등정해 세계 최다 등정 기록을 가지고 있는 셰르파 '카미 리타'는 “우리는 수십 년간 외국인들이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는 걸 도왔지만,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은 받지 못했다”고 얘기합니다.
선등해 루트를 개척하고 장비를 심는 궂은 일 모두 셰르파들의 몫이지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14좌 초등의 영광은 늘 서구 등반가들에게 돌아갔었는데요.
이번 겨울, 늘 역사의 조연으로 비춰졌던 이들은 험난한 산이 허락한 새로운 역사 앞에 당당히 주연이 되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