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규모 경기부양책 추진에.."인플레이션 자극" vs "내년 완전고용 가능"
경기 논쟁은 서머스 전 장관이 먼저 불을 지폈다. 그는 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자칫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 하버드대 총장 등을 거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다.
서머스 전 장관은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는 와중에 2차 세계대전 때와 가까운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가 한 세대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부양) 계획은 진행돼야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융안정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썼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시한 것이다.
그의 자신의 논거로 ‘국내총생산(GDP)갭’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실제 GDP과 잠재 GDP의 차이를 뜻하는 것으로, 수치가 클수록 경기침체가 심하다는 뜻이다. 최근 의회예산국(CBO)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집행한 경기부양책 규모는 당시 GDP갭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현 행정부가 추진하는 부양책 규모는 GDP갭의 세 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제 경기가 부진한 정도에 비해 준비 중인 부양책 규모가 너무 커서 실행될 경우 자칫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서머스 전 장관의 우려에 현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그는 7일 CNN방송에 출연해 “인플레이션 우려는 팬데믹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경제적 손실에 비하면 작은 것”이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할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길고 느린 회복 과정에서 고통을 겪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 경기부양책은 내년에 우리를 ‘완전 고용’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며 부양책을 옹호했다.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돈을 찍어내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자칫 버블을 형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전 CBO 국장은 “주식 등 자산 가격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림에 따라 2000년이나 2007년 때와 같은 버블 붕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융 안정에 대한 위험은 완화적인 수준”이라면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이슈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스타급 학자들이 자유롭게 공개적인 토론을 하는 모습은 미 경제학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정치적·사회적 파장이나 논란을 우려해 소신 발언을 되도록 삼가는 국내 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2015년에도 버냉키 전 의장과 경기 상황에 대한 상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논쟁을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금 구조적 장기침체에 들어섰다. 양적완화와 저금리는 단기적 처방이며 재정 지출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버냉키 전 의장의 전매특허인 양적완화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버냉키 전 의장은 “지금의 저성장은 일시적인 것이며 돈을 풀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경제학자들의 논쟁은 팬데믹이 갓 시작된 작년 이맘때에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당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공황”이라며 극도의 비관론을 폈지만 버냉키 전 의장은 “이 상황은 대공황과 다르다. 꽤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경기를 낙관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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