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이 '물고문' 어린이집..의사회 "살인미수" 의견서 제출

의사단체가 3살 아이에게 '물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달라는 의견서를 검찰과 재판부에 전달한다.

8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3세 아이에게 7차례에 걸쳐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한 울산 남구 한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서를 울산지방법원에 우편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의견서에는 "아이에게 맹물을 단시간에 많이 먹이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고 물이 뇌세포로 이동하면서 뇌가 부어 경련을 일으키게 된다"며 "뇌에 큰 손상을 입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피해 아동은 단기간에 맹물을 급격히 섭취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서 저나트륨 혈증이 발생했다"며 "가해의 정도가 조금만 더 심했다면 피해자의 뇌세포가 부어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회장은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게 단순 아동학대가 아니라 '살인미수'의 법리가 적용돼야 마땅하다"며 "평생 갈지도 모를 정신적 충격을 받은 아이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겪었을 아이의 부모에게 그나마 정신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이 사건 가해자들에게 법이 정하는 가장 무거운 벌을 적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울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2019년 11월 피해 아동의 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2개월 분량의 어린이집 CCTV를 확보해 수사를 벌인 결과 총 23건의 학대 정황을 확인한 경찰은 지난해 3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가해 보육교사 2명과 원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으나 보육교사가 아동에게 물을 억지로 먹여 토하게 만든 '물고문' 등의 행위가 경찰 수사 내용에 포함되지 않아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당시 피해 아동의 부모가 법원을 통해 확보한 CCTV에서는 담임교사가 피해 아동에게 10여분간 물 7컵을 먹이는 모습과 보육교사가 피해 아동의 발을 체중을 실은 채 2차례 꾹꾹 밟는 모습 등 추가 학대 행위가 공개됐다.

또 다른 아이가 먹다 남은 음식쓰레기를 아이의 입에 강제로 욱여넣고 다른 아이들이 남긴 물까지 먹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전면 재수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검찰이 변론 재개를 신청하면서 선고가 미뤄졌고 경찰은 재수사에 들어갔다. 부실 수사를 인정한 경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달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다른 피해 아동이 3~4명 더 확인된 만큼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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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sykim111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