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법원장 사퇴 연일 압박하는데..속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보수 야권이 지난주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퇴진'을 요구하며 1인 시위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8일) 국민의힘의 발언 수위를 보면 이전 같지 않은 분위깁니다. 왜일까요?
■ 주호영 대법원 1인시위 동참…"부끄러운 줄 알면 사퇴하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대법원 앞 1인 시위에 오늘 동참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고 외풍을 막아야 하는데, 앞장서서 사법부 독립을 흔들려하고 사법부 파괴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대법원장으로서 하루라도 더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퇴할 때까지 끊임없이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에 대해 "민주당과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들을 언제든 탄핵할 수 있다고 겁주는 것"이라며 "역사상 유례없는 불법 탄핵"이라고 했습니다.
임 부장판사의 사법 농단 의혹에 대해선 "사법부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기에, 사법부 판단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답했습니다.
■ 이전과는 달라진 공세 수위…왜?
다만 공세 수위에선 미묘한 변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마지막으로 대법원장께 한 말씀을 드린다. 양심이 어떤 것보다 강력한 증인이란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라고만 언급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5일), 긴급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김 대법원장의 '잘못'을 일일이 언급하며 '결단'을 촉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겁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했다가 사실상 이를 보류하고 사퇴요구로 선회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의석수 차이로 탄핵안 가결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이 경우 자칫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국민의힘 '탄핵거래진상조사단' 단장인 김기현 의원은 어제(7일) "탄핵안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긴 한데 현실적으로 가결 가능성이 0%"라며 "그럼 도리어 (김 대법원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김명수 사퇴하면 후임자도 문 대통령이 임명…야당의 '딜레마'
여기에다 '김명수 사퇴' 역시 야권에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2017년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6년 임기 중 2년 7개월이 남았습니다. 임기를 채운다면 차기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중도사퇴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게 됩니다. 국민의힘은 '코드 인사'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임명동의' 표결도 거치게 돼 있지만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야권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지난 6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해 "(김 대법원장이) 사퇴를 안 하면 어쩔 수 없다. (국회 의석) 숫자적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데, 탄핵안이 부결되면 정당성만 확보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속내'를 보여줍니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분석에 대해 당 지도부는 일단 겉으론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김 대법원장의 임기문제에 대한 오늘 기자들 질문에는 "현 상황에서 대법원장 그만두면 다음 대법원장 임명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본다"라며 "좀 전에도 얘기했지만 양심보다 더 지독한 증인이 없다. 그것에 대해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아무 관계 없다. 누구든지 훌륭한 사람이 되면 되는 거지, 사법부 독립을 앞장서서 해치고 중립적이지 않은 대법원장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김명수' 언급하지 않는 민주당…전망은?
더불어민주당은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김 대법원장 얘기를 꺼내는 게 득보다 실이 많다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임성근 부장판사를 비판하며, 사표 수리를 반려한 김 대법원장을 에둘러 엄호했습니다.
신동근 최고위원은 임 부장판사를 향해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 이를 본인의 안위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모습에서 법복에 의해 만들어진 신성한 이미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독립성을 절대 반지의 무기로 삼아 자신들이 누렸던 과거의 특권을 유지하려는 것은 앞으로도 '신성 가족'으로 남겠다는 탐욕이다.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설 명절 연휴가 지나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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