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표' 첫 검찰 인사..'朴-尹' 갈등 불씨 되나
[앵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놓고 법무부와 대검찰청 사이 다시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사실상 다시 '총장 패싱' 인사가 단행됐다는 불만히 가득하고요.
법무부는 원칙대로 했다는 입장입니다.
취재기자 연결해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종원 기자!
먼저, 어제 발표된 인사, 핵심 내용부터 정리해보죠.
[기자]
법무부는 어제 검사장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먼저 발표된 내용부터 정리해보면요,
법무 검찰 내 핵심 요직이죠.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교체됐습니다.
현 심재철 국장과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자리를 맞바꾸게 됐습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공석이었는데, 조종태 춘천지검장이 보임됐고, 춘천지검장 자리엔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이동합니다.
이번 인사는 내일 자로 단행됩니다.
[앵커]
인사 폭이 크지 않다 보니까, 대부분 검사장이 유임된 거죠?
[기자]
이번 인사를 앞두고 가장 큰 관심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여부였습니다.
이 지검장의 주례 보고가 서면으로 대체될 정도로 윤석열 총장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기 때문인데요.
결국, 유임됐습니다.
지난해 1월 보임된 이후, 8월 인사에서도 유임됐었으니까, 2번째 유임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굵직한 사건들이 집중되는 전국 최대 검찰청이죠,
한동훈 검사장 처분이 남은 채널A 사건, 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윤 총장 가족과 측근 관련 사건 등, 앞으로도 계속 이 지검장이 지휘하게 됩니다.
반면 윤 총장의 핵심 측근이자 채널A 사건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는 다시 불발됐습니다.
[앵커]
그럼 이번 인사에 대해서 평가를 좀 해보죠.
대검 측에선 윤석열 총장 의견이 거의 무시됐다, 다시 '총장 패싱'이다,
이런 입장인 겁니까?
[기자]
사실상 진행된 절차나 인사 내용 모두 윤 총장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대검 측 반응입니다.
먼저 구체적인 인사안이 마련되면 이를 놓고도 실무선에서 추가 협의가 있을 예정이었다는 게 대검 입장인데요.
그런데 인사안 발표 직전 최종 인사안이라고 일방 통보가 왔다는 겁니다.
추미애 전 장관과는 다를 거라며, 2차례나 회동을 하고 사진까지 공개했던 건, 보여주기식 요식 행위 아니었느냐,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윤 총장이 강하게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지검장이 유임된 데다, 윤 총장 징계 추진 과정에도 관여한 대검 참모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사실상 윤 총장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인사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윤석열 총장 역시 인사안 발표 이후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박범계 장관이 두 차례나 윤석열 총장을 만났고요,
'좋은 인사'를 하겠다고도 거듭 강조했었는데, 법무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오늘 아침 출근길에, 박범계 장관이 직접 입장을 밝혔는데요. 들어보시죠.
[박범계 / 법무부 장관 : 검찰국장은 교체했고요. 또 신임 검찰국장은 총장의 비서실장 격인 기획조정부장을 했던 사람을 임명했고, 패싱 이런 말은 좀 맞지 않지 않느냐, 거론된 분들은 다 총장께 직접 만났을 때 다 구두로 명확히 말씀드렸습니다.]
총장 패싱, 아니라는 거죠.
구체적인 인사 내용에 대해서도 총장과 독대 과정에서 설명을 다 했다는 거고, 또 윤 총장 의견도 일부 반영했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앵커]
진실 공방으로도 논란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 같은데요.
그러면, 이번 인사 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 이 기자는 어떻게 해석합니까?
[기자]
이번 인사, 박범계 장관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앞서 박 장관 입장 들으신 대로, 이성윤 지검장은 유임하면서도 상징성이 큰 검찰국장을 교체했죠.
특히 심재철 검찰국장은 대표적인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고 윤 총장 징계 청구 과정에서 사실상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또 정부를 겨냥한 원전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을 유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신임 장관 취임으로 중폭 이상의 인사 규모가 예상됐지만, 단 4명에 대한 전보에 그친 건 나름 고심 끝에 내놓은 결론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추미애 전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검찰 안팎의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윤 총장과의 전면적인 갈등 구도는 피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더구나 윤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까지입니다.
이제 5개월 남짓 남은 걸 고려하면, 후속 검사장 인사는 그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이죠.
윤 총장이 없는 '새 판'에서 대대적인 박범계 표 인사를 본격적으로 단행하겠다는 걸 공식화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앵커]
이번 인사가 주목된 이유는 앞으로 박범계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관계 설정을 가늠할 기준으로 봤기 때문이잖아요.
끝으로, 둘 사이 관계,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사이 관계, 그리 밝아 보이진 않습니다.
휴일인 어제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배경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인사 의견을 듣는 과정의 대화가 외부로 왜곡 보도되는 사례가 발생해서, 조직 안정 차원에서 인사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는 겁니다.
박 장관의 생각도 같다고 언급했는데, 윤 총장과 배석자 없이 나눈 대화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은 거죠.
윤 총장 역시 사실상 '총장 패싱' 인사라는 입장이어서, 둘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대검찰청에서 YTN 이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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