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선' 등 산업 핵심기술 유출 잇따라..처벌은 솜방망이?

김도원 2021. 2. 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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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다 위에 떠서 이동하는 '위그선' 등 우리 국가핵심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습니다.

과거 대기업에 집중됐던 기술유출 피해가 최근에는 중소기업으로 몰리는 경향도 나타나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도원 기자!

위그선 기술 유출, 어떻게 된 건가요?

[기자]

먼저 위그선이 뭔지 설명드리면, 바다 위를 1미터 정도 떠서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배로,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핵심기술입니다.

그런데 퇴직한 직원들이 자료를 빼돌려 말레이시아 업체와 손잡고 같은 제품을 생산하려다 적발된 겁니다.

실험 자료, 설계도면, 제조공장 라인 배치도 등 핵심 정보가 그대로 경쟁국으로 넘어갈 뻔했습니다.

피해업체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조현욱 / '위그선' 개발 업체 대표이사 : 평소에 영업기밀을 다루고 있던 상황에서, 외장하드에다가 기술을 담아서 보관하다가 그걸 통째로 가져가게 됐습니다. / 해외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만약에 저희들이 사전에 국정원과 경찰청과 같이 공조해서 사전 적발하지 못했다면 이 기술이 일파만파 해서 어디로 흘러갔을지 모르고요.]

핵심기술 유출 적발 사례는 이 밖에도 많습니다.

1000분의 1mm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한 제조업체의 유기발광다이오드, OLED 두께 측정 기술은 실제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때문에 100억 원 규모의 중국 수출이 무산되는 큰 피해를 입었고요,

대기오염 방지 설비 기술도 퇴직자가 USB로 무단 반출해 중국 업체에 판매를 시도하던 중, 첩보를 입수한 정보당국과 경찰의 수사로 막아냈습니다.

[앵커]

최근 기술유출 피해는 중소기업이 더 많다는데, 왜 그런 건가요?

[기자]

지난 5년간의 경찰청이 수사한 산업기술 유출 사건을 보면 피해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입니다.

정보 당국이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건 중에서도 3분의 2는 중소기업이 표적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중소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화학,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중소기업들도 외국 업체들이 탐낼만한 첨단 기술을 갖게 된 겁니다.

그런데 앞서 기술유출 피해를 많이 입었던 대기업들은 보안 시스템을 정비했지만, 중소기업은 아직 보안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형편입니다.

보안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겁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죠.

[장항배 /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 : 중소·중견기업이 예전에는 추격기술을 많이 개발했는데, 이제 선도기술로 많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기술개발에만 몰두하고 있거든요. 일정 부분의 자원들을 보안 쪽에도 배분할 수 있는 CEO, 경영진들의 마인드가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기술유출은 국가 경쟁력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인데, 정작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인 건 왜 그런가요?

[기자]

사법연감에서 최근 5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를 모아봤는데요,

유죄가 인정된 28명 중 실형 선고는 4명 뿐이었고,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났습니다.

기술유출에 성공하기 전에 적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감형되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유출이 된 경우에도, 이 때문에 앞으로 입게 될 피해까지 반영하는 데에는 재판부가 소극적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기술유출 사건은 워낙 전문적인 자료가 많고 기록도 방대해서 재판부가 충분히 검토하기 어려운 점도 처벌 수위가 낮아지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앵커]

정부도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어떤 방안이 더 필요할까요?

[기자]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한데요, 우선 기술유출을 생각할 수 없도록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유출 사범을 엄벌에 처해도 기업의 피해가 회복되는 건 아닌 만큼,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도 필요합니다.

최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으로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해졌지만, 애초에 피해액이 낮게 산정된다면 효과가 없습니다.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임형주 /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일단 절차를 좀 신속하게 진행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하고, 그런 손해액도 조속히 나오는, 그런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이 보안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도 정부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YTN 김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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