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리' 한 마디 하고 발뻗고 주무셨습니까"..김명수는 또 '침묵'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판사들을 위한 포털사이트 익명게시판인 '이판사판'에 김 대법원장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5일 한 판사는 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어제 일어난 일들로 저는 새벽에 잠이 벌떡 깨고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대법원장님은 '쏘리' 한 마디 하고 발뻗고 주무셨습니까"라며 "지금이 정녕 양승태 대법원장님 시절보다 더 정치세력에서 독립됐고 인사는 더 공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이렇게 울분이 가득 찼는데도 제도개선게시판에 실명으로 글 하나 못 올리는 저도 대법원장님보다 나을 게 없네요"라며 "저에게도 국제인권법학회나 우리법연구회 같은 든든한 조직이 있었으면 썼을라나요"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우리법연구회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김 대법원장은 두 연구회에서 회장을 지냈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민중기 법원장, 성지용 법원장 등 이 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법원 내 요직에 대거 진출했다.
"증거를 들이대야 실토하느냐"며 김 대법원장을 직접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이 글을 쓴 판사는 "판사가 극단적 상황에서 면담 청해서 사표내며 한 얘기를 어떻게 기억 못하느냐"며 "필부필남 피고인처럼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내면의 진실도 없느냐"고 따졌다.
김 대법원장은 국회 탄핵을 이유로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임 부장판사 측에서 녹취록을 공개하자 그제서야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댓글도 줄을 이었다. "대법원장의 민낯을 봤다는 게 충격", "사직서를 받은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의 치매 상태는 아니실 텐데" 등 김 대법원장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직접적으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은 보이지 않았으나, 법원 내부 분위기는 김 대법원장 사퇴론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은 "지난 4년간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보여준 행태는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사법부 독립과 사법개혁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실천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최근 국회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을 전후한 사태는 충격적"이라며 "임 부장판사와 관련된 진실 공방 과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은 김 대법원장이 더이상 사법부 수장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법학교수회는 김 대법원장이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의 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또는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법원장 승진 1순위로 꼽혔으나, 법원행정처로부터 "김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말을 전해듣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 판사는 사법농단 사건에서 이름이 나오긴 했지만 혐의를 받을 만한 행위는 한 적이 없고, 징계나 기소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법원장은 8일 출근길에서도 취재진 질문에 침묵했다. 취재진이 "정치외압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김 대법원장은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이날 출근길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시위로 다소 소란스러웠다. 50명 안팎의 인원들이 "국민은 김명수를 탄핵한다", "거짓말쟁이 김명수는 사퇴하라" 구호를 외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직접 나와 1인 시위를 벌였다. 다수의 유튜버들은 개인 카메라를 들고 현장상황을 중계했다.
대법원 주변은 40여개의 근조화환으로 둘러싸였다. 대부분 보수단체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1호 수사대상", "역사의 죄인", "부역자" 등 김 대법원장을 비난하는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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