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남아공 변이에 효과 10%불과"..백신 전략 새 변수 떠올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인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현재 접종 중이거나 접종 예정인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떨어뜨린다는 조사 결과가 하나씩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남아공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국을 포함해 영국, 유럽,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여러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얻었다.
○ “아스트라제네카 예방 효과 10%”
영국 옥스퍼드대와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대는 공동으로 남아공 국민 2026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조사한 결과 백신이 코로나19 경증과 중등증 발현을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공동 조사팀은 시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위약(가짜약)을 주사했다. 이후 두 그룹에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총 39명이었다. 이 중 19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고, 20명은 위약을 받은 그룹에서 나왔다.
조사를 이끈 샤비르 마드히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의대 학장은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19 경증 및 중증도 예방 효과가 10%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날 남아공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시험 결과가 발표되자 백신 효능에 관한 추가 정보가 나올 때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계획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남아공 보건 당국은 이달 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만 도스(1회 접종분)를 공급받았고, 의료 종사자들에게 우선 접종할 계획이었다.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남아공 면역 프로그램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보류하고 최선의 접종 진행을 위해 과학자들의 조언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신 존슨앤존슨과 화이자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음키제 장관은 “향후 4주간 의료 종사자들에게는 존슨앤존슨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앤존슨의 계열사인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은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백신 사용 승인을 얻지 못했다. 다만 대규모로 이뤄진 3상 임상시험에서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코로나19 경증이나 중증도를 예방하는 데 57% 수준의 효과를 나타낸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얀센의 임상시험에는 남아공 국민 6500명이 참여했다.
화이자는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와 유사한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에 대해 백신의 효과가 일부 떨어졌다고만 발표했을 뿐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시험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 E484K, 면역 회피와 재감염 관여
과학자들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나타난 돌연변이 중 E484K를 주목하고 있다. 이 돌연변이가 인체의 면역 시스템을 회피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를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484K는 탈출 또는 회피 돌연변이로 불린다.
E484K는 남아공뿐 아니라 브라질과 영국의 변이 바이러스에서도 확인됐다. 전파력이 70%가량 큰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E484K 돌연변이까지 나타나면 변이 바이러스의 회피 능력은 더욱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빈드라 굽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연구팀은 이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의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 비해 중화항체의 활성을 더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확인해 지난 2일 온라인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했다.
E484K는 코로나19 재감염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렌스 영 영국 워윅대 교수는 ‘영국의학저널(BMJ)’ 5일자에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된 사람들의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E484K 돌연변이가 면역 반응을 약화시키고 중화항체의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