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압박' 맨시티, 리버풀 자멸 이끌어내다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2. 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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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시티, 리버풀전 4-1 대승
▲ 1-1 동점 상황에서 제수스 투입해 압박 강도 높임
▲ 골키퍼 실수 유도하며 2득점
▲ 베르나르두, 활동량(12.82km) & 평균 속도(8.09km/h) 1위
▲ 스털링, 전력질주(24회) & 제수스, 분당 평균 활동량(147.2m) 1위

[골닷컴] 김현민 기자 =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고강도 압박 축구를 통해 리버풀 수비진의 실수를 유발해내며 4-1 대승을 거두었다.

맨시티가 안필드 원정에서 열린 2020/21 시즌 프리미어 리그(이하 PL) 23라운드에서 리버풀을 4-1로 대파했다. 이와 함께 맨시티는 PL 9연승 포함 13경기 무패 행진(11승 2무)을 달리며 1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더 놀라운 점은 맨시티가 이 경기 승리로 공식 대회 기준 14연승 포함 21경기 무패(18승 3무)를 기록 중에 있다는 사실이다. 공식 대회 14연승은 잉글랜드 1부 리그 역대 최다 연승 타이 기록으로 1892년 프레스턴과 1987년 아스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만약 다음 경기(스완지 시티와의 FA컵)에서도 승리한다면 잉글랜드 1부 팀 공식 대회 최다 연승 신기록을 수립하게 되는 맨시티이다.

이 경기에서 맨시티는 평소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는 필 포든을 '가짜 9번(False 9: 정통파 공격수가 아닌 포지션의 선수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걸 지칭하는 포지션 용어)'에 깜짝 선발 출전시켰다. 라힘 스털링과 리야드 마레즈가 포덴 좌우에 위치하면서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를 중심으로 일카이 귄도안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역삼각형 형태로 중원을 구축했고, 올렉산드르 진첸코와 주앙 칸셀루가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후벵 디아스와 존 스톤스가 중앙 수비수 파트너로 나섰고, 골문은 에데르송 골키퍼가 지켰다.


전반전은 하프 라인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이로 인해 양 팀 도합 전반전 슈팅 숫자가 7회에 그칠 정도로 공격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건 아니었다. 그래도 리버풀이 5회의 슈팅(맨시티 2회)을 기록하며 조금 더 주도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반면 맨시티는 36분경, 스털링의 돌파에 이은 파울 유도로 페널티 킥을 얻어내며 더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맞이했으나 귄도간이 실축했다. 이와 함께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전을 시작으로 양 팀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먼저 골을 넣은 건 맨시티였다. 후반 4분경, 포든의 패스를 받은 스털링이 리버풀 오른쪽 측면 수비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를 제치고 리턴 패스를 준 걸 포든이 슈팅으로 가져갔고, 이를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가 선방하자 귄도안이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

하지만 리버풀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유스 출신 미드필더 커티스 존스의 연이은 슈팅으로 맨시티의 골문을 위협한 리버풀은 후반 17분경, 디아스의 터치 실수를 틈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가로채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가다가 파울을 얻어냈다. 살라는 본인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차분하게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먼저 승부수를 던진 건 리버풀이었다. 리버풀은 후반 23분경, 티아고 알칸타라와 커티스 존스를 빼고 셰르당 샤키리와 제임스 밀너를 동시에 투입했다. 이에 맨시티 역시 후반 27분경에 부진했던 마레즈 대신 가브리엘 제수스를 교체 출전시켰다. 이와 함께 '가짜 9번 역할을 수행했던 포든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이동했다.


양 팀의 교체는 결정적인 승부처로 작용했다. 리버풀은 패스에 능한 티아고와 존스가 빠지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밀너와 공격형 미드필더인 샤키리를 넣으면서 공격을 강화했으나 정작 미드필더 라인에서 맨시티에 밀리는 문제를 노출했다. 특히 이 교체를 기점으로 패스 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맨시티는 제수스를 중심으로 스털링과 포든에 더해 귄도안과 베르나르두까지 고강도 압박을 펼치면서 리버풀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혔다.

이 과정에서 맨시티가 연달아 2골을 몰아넣으며 승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먼저 제수스는 교체 투입되자마자 곧바로 알리송 골키퍼를 압박했고, 옆에 있던 파비뉴가 급하게 걷어낸 걸 진첸코가 받아내면서 맨시티의 역습이 시작됐다. 다행히 위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파비뉴가 가로채서 알리송에게 백패스를 내주었으나 이번엔 스털링이 압박을 감행했다. 이에 당황한 알리송이 패스 실수를 범했고, 이를 가로챈 포든의 땅볼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귄도안이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제수스의 1차 압박에서 시작된 골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점을 허용하고 2분 뒤, 맨시티 공격진들의 고강도 압박에 밀리면서 위험 지역에서 패스를 돌리던 리버풀은 이번에도 또다시 알리송이 패스 실수를 범했고(이 과정에서도 스털링이 마지막 순간 알리송에게 압박을 감행했다), 이를 가로챈 베르나르두의 크로스를 스털링이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빈 골대에 골을 밀어넣으며 점수 차를 2골로 벌려나갔다.

기세가 오른 맨시티는 경기 종료8분을 남기고 제수스가 측면으로 길게 넘겨준 패스를 포든이 받아서 몰고 들어가다가 수비수 앞에 두고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4-1 대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 동안 맨시티는 유난히 안필드 원정에서 약세를 보여왔다. 2002/03 시즌 37라운드 안필드 원정에서 1-2로 승리한 이후 무려 19경기 연속 무승(6무 13패)의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특히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항상 상대 압박에 밀리면서 무너지는 문제점을 노출한 맨시티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도리어 활동량에서 116.99km로 리버풀(113.71km)보다 3km 이상 더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상대의 강점인 고강도 압박으로 대승을 이끌어낸 맨시티였다.

맨시티의 압박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선수는 바로 베르나르두였다. 그는 양 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12.82km의 활동량에 더해 평균 속도에서도 8.09km/h를 기록하면서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했다. 통상적으로 선발 출전한 선수들의 평균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7km/h 중반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경이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달리면서 리버풀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힌 베르나르두이다.


스털링 역시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24회의 전력질주를 감행하면서 돌파와 압박을 동시에 구사했다. 알리송의 두 번의 실수에서 모두 마지막 순간 알리송에게 강한 압박을 감행한 선수가 바로 스털링이었다.

압박의 마지막 키를 잡은 선수는 바로 제수스였다. 제수스 투입과 함께 맨시티의 압박 강도가 한층 더 높아졌다. 실제 제수스는 18분을 뛰는 동안 2.65km의 활동량을 기록했는데 분당으로 환산하면 147.2m이다. 이는 분당 평균 활동량에서 양 팀 도합 최다에 해당한다.

그 외 로드리(활동량 12.35km로 팀 내 2위)와 포든(전력 질주 23회로 팀 내 2위, 활동량 11.91km로 팀 내 3위), 귄도안(활동량 11.53km로 팀 내 4위) 등이 성실하게 움직이면서 맨시티의 압박 강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렇듯 맨시티는 평소 리버풀에게 당했던 방식을 고스란히 돌려주면서 기분 좋은 대승과 함께 기록적인 연승 행진을 이어나가는 데 성공했다. 최근 3년 동안 가장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그린 리버풀마저 대파한 맨시티이기에 앞으로 이들을 막을 팀을 잉글랜드에서 찾기는 한 동안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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