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다룰 수단 있다" 바이든 부양책 방어 나선 관료들

권다희 기자 2021. 2. 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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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고려하라는 주장.."문제는 고용" 옐런 등 반박 이어져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1조9000억달러 규모 재정부양책에 대한 우려가 미 민주당 정부 고위 경제관료 출신인 래리 서머스로부터 나오자 바이든 정부 관료들이 강력히 반박하며 부양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머스가 언급한 인플레이션 우려보다 고용회복과 팬데믹 대응이 더 중요한 때인 만큼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워싱턴DC(미국) 신화통신=뉴스1(news1.kr) / 사진=뉴시스
옐런 "부양책 통과되면 내년 완전고용…인플레 다룰 수단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1조9000억달러 규모 재정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한 서머스의 주장에 대해 "가장 큰 위험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서머스는 지난주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바이든 정부의 재정부양책 규모가 너무 크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옐런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위험"이라면서도 "나는 많은 시간 인플레를 연구하고 걱정하면서 보냈다. 인플레가 현실화한다면 그 위험을 다룰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책임지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신이다.

이어 옐런 장관은 "경기부양책이 통과되면 내년 완전고용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연방정부의 추가적 지원이 없다면 향후 수년 동안 실업률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부양책 없이는 노동시장이 2025년까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6.3%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지난해 2월 3.5%에 비해 여전히 높다.

제러드 번스타인 백악관 경제자문 역시 지난 5일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등의 서머스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완전히 틀렸다"고 일축했다. 그는 부양책 규모가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바이든 정부 내에 부양책 규모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같은 날 "미국은 추가 부양책을 쓸 수 있는 재정여력이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 힘을 실었다. 그는 "커다란 불확실성, 가계·기업에 여전한 고통이 있는 상황에서 이 힘을 적절히 쓰는 건 중요하다"며 "미국의 회복은 세계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미국 고용시장 회복세/출처=블룸버그
시장, 아직 인플레 우려 크지 않지만…
서머스의 주장은 그간 바이든 정부의 부양책을 비판해 온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측 유력 인사로부터 나온 비판이라는 점에서 반향이 컸다. 게다가 그는 오랜 기간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우려하며 경기 부양책 필요성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서머스는 지난 5일 실은 칼럼에 대한 강한 반론이 제기되자 7일 자신에게 제기된 질문에 재반박하는 형식으로 칼럼을 한 번 더 게재했다.

그는 자신이 경기부양 필요성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국내총생산(GDP)의 13%(이미 확정된 9000억달러에 1조9000억달러를 합한 규모)에 달하는 부양책 규모가 매우 완화적인 현재의 금융여건 등을 감안할 때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오랜 기간 동안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게 맞다"면서도 "오랜 기간 없었다는 이유로 리스크 시나리오를 배제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한번 발생하기 시작하면 연준이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가 실업률을 오르도록 하고, 연착륙을 어렵게 할 것"이라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서머스의 주장 후 제기된 논쟁을 소개하며 “지금까지 적어도 투자자들은 과도하게 거대한 인플레이션 촉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 10년 만기 미 국채 명목금리와 물가연동국채(TIPS)간 금리 차이(브레이크이븐 레이트)는 최근 2.2%로 올랐지만 역사적 기준 대비로는 여전히 높지 않다.

더글러스 홀츠-이킨 전 의회예산국(CBO) 국장은 블룸버그에 "인플레이션은 지금으로선 특별한 우려 대상이 아니"라며 대신 금융 안정성을 주시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유동성이 증시와 다른 자산시장을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끌고 올라갈 수 있다"며 2000년 주식시장과 2007년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진 것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계감도 공존한다.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경제 리서치 글로벌 대표는 지난 5일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바이든 정부의 부양안이 채택된다면 1월 6.3%이던 실업률이 4% 밑으로 떨어지겠지만,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국가부채 증가, 정치적 양극화 심화라는 잠재적 비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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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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