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 실패로 깊어진 불신.. 택지 빠른 공개가 답이다
이에 정부는 관련 조직을 출범시키는 등 후속 방안 마련에 속도를 높이는 등 대책에 대한 불신감 확산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관건은 대책에 따른 구체적인 택지 및 공급방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비중을 민간 물량을 고려해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규제 완화나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커지는 대책에 대한 불신
2·4대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정부 기대와는 달리 부정적이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대책 발표 직후인 5일 YTN의 의뢰를 받아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을 넘는 53.1%가 “‘2·4 대책’이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역별로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응답이 우세했다. 대구·경북 거주자(61.0%)와 △서울(56.4%) △부산·울산·경남(54.7%) △대전·세종·충청(52.4%) △인천·경기(50.9%) 등이 모두 부정적인 응답비율이 50%를 넘었다. 광주·전라에서도 “도움이 될 것(46.1%)”이라는 응답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47.2%)”이라는 응답이 근소하게 많았다.
연령대별로도 20대(62.7%)와 70세 이상(57.5%), 40대(56.0%)는 모두 부정적인 응답이 50%를 넘었다. 이밖에 50대(긍정·46.0%, 부정·47.1%) 30대(43.6%, 47.0%) 60대(45.2%, 48.1%)도 모두 부정적인 응답이 소폭 많았다.
●뻥튀기 논란에 낮은 실현 가능성
이런 반응이 나오는 원인은 여럿이다. 그 중 하나가 공급 물량이 과장된 것 아니냐는 이른바 ‘뻥튀기 논란’이다. 2·4대책을 통해 제시된 물량 83만6000채 가운데 정부 의지대로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은 신규 공공택지(26만3000채)와 신축 매입(6만 채)을 합한 32만3000채 정도다.
나머지 51만3000채는 기존 민간이 보유한 토지나 건물 등을 재개발·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확보해야만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면제 등과 같은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3~1.5배 정도 주택이 순증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반영하면 실제로 늘어나는 물량이 11만~16만 채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즉 나머지 35만3000~40만 채 정도는 현재에도 존재하는 물량이라는 뜻이다. 정부 대책에 따른 신규 공급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이런 토지들이 대부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도심 내 역세권과 준공업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불신을 키운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역세권(5000㎡ 이상) △준공업지역(5000㎡ 이상) △저층 노후지(1만㎡ 이상) 지역에 대해선 3년간 한시적으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지구로 지정해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정부가 해당지역 소유자들의 복잡한 속내를 모두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속단이라는 지적이 많다.
● 지지부진한 과거 정책도 원인
정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투기를 우려해 구체적인 입지를 공개하지 못할 뿐, 사업 대상지에 대한 리스트를 갖고 있다”며 사업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2025년까지 32만3000채를 공급한다는 것은 부지확보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계획에는 리모델링이나 소규모 개발 사업 등 다양한 유형이 포함돼 있고 이런 유형에선 1,2년이면 입주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급 목표를 너무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 “오히려 매우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이번에는 한번 믿고 기다려봐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24번에 걸쳐 쏟아낸 정부 정책의 실패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서울과 정부과천청사 일대를 이용해 13만2000채를 공급하겠다”고 한 ‘8·4 대책’이 지지부진한 게 대표적이다. 태릉골프장(공급계획물량·1만 채)이나 과천청사 유휴지(3500채) 등 정부 보유 토지를 활용한 사업인데도 지역주민과 해당 지자체 등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도심 고밀 개발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중요하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이나 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난개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 속도전 펼치는 정부, 구체적 입지 공개가 관건
이런 반응이 이어지면서 설 이전에 특단의 공급방안을 내놓고,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야기된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설 연휴 동안 돌려놓겠다는 정부 계획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LH 등은 전담 조직을 마련했다고 발표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LH는 8일 수도권 주택 공급과 관련 전담조직을 확대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역세권, 준공업지역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소규모 정비사업 등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설 연휴(11~13일) 직후부터 도심 고밀 개발 사업 후보지 222곳에 대해 조합원, 시공업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업 설명회를 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심 고밀개발 사업 유형별 후보지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대상 67곳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추진될 △역세권 117곳 △준공업지역 17곳 △저층 주거밀집지역 21곳 등이다.
(사)도시정책학회 최민섭 회장(서울벤처대 부동산학과 교수)은 “정부가 발표한 공급계획물량은 구체적인 입지와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반쪽 대책’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서둘러 신규 택지 후보지 공개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후속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서 민간의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할 때 민간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필요한 지역은 공공이 주도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지역은 민간이 직접 시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규제 완화와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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