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생 교무실 청소는 인권침해"..일부 교사 "이타심 기르는 활동"

유희곤 기자 2021. 2.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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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학생에게 교무실을 청소하게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8일 A 중학교 교장에게 교무실 등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이 청소하게 하지 말고, 해당 중학교를 관할하는 교육감에게는 유사 사례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고 밝혔다.

A 중학교 3학년 재학생인 B군은 A 중학교가 교직원 사용 공간을 학생들에게 청소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1인 1역할을 의무적으로 분담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교무실 청소도 포함돼 있다.

학교 측은 학생이 청소에 참여하는 것은 쾌적한 교육환경과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잠재적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이 학급과 교무실을 함께 청소하는 게 아니라 한 구역에만 배당돼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인권위는 청소 지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역을 학생들이 사용하는 곳으로 한정하면 충분하다고 봤다. 인성교육이 강요나 복종을 요구하는 형태를 의미하는 게 아닌만큼 교무실 등에 대한 청소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신청과 봉사활동 시간 인정 등의 방법으로 운영하는 게 교육적으로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 중학교가 속한 교육청 산하 중학교 88곳 중 25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4곳이 A 중학교처럼 학생들에게 교직원 사용공간을 청소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권위 결정문에 포함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 내 모든 공간은 교육적인 공간”이라면서 “내가 사용한 공간만 청소해야 하고 선생님들이 사용한 공간은 (교사들이) 직접 청소하라는 것은 학생들이 이기적으로 자라나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전통적인 ‘경(敬)’ 사상을 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들의 교무실 청소는) 인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이타심을 기르는 교육적인 활동”이라고 말했다.

교무실 풍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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