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어린이집 '물고문' 사건에..의사단체 "살인미수 적용해야"

"단시간 많은 물 먹이면 뇌가 큰 손상 받거나 사망 가능"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울산 남구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이른바 '물고문' 사건과 관련해 의사단체가 보육교사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서를 검찰과 재판부에 전달한다.

8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3세 영아에게 7차례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한 보육교사에게 '살인미수'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서를 울산지방법원에 우편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의견서에는 많은 양의 물을 강제로 마시게 하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피의자에게 살인미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 회장은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보육교사가 3살 아이에게 13분 동안 7컵의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해 아이는 물을 토하고 경련까지 일으켰다"며 "경찰이 확보한 35일간의 CCTV에는 불과 며칠을 빼고 거의 매일 이런 행위가 찍혀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 물을 먹으면 배가 아파'라고 호소 했다"며 "다른 아이가 먹다 남은 음식 쓰레기를 아이가 먹기 싫어 하는 데도 숟가락을 강제로 넣고 다른 아이들이 남긴 물까지 먹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맹물을 아이에게 단시간에 많이 먹이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고, 물이 뇌세포로 이동하면서 뇌가 부어 경련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알고 있다"며 "이 경련은 심각한 상황이라 뇌가 큰 손상을 받거나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모든 의사가 소아를 치료할 때 근거로 삼는 '소아과학' 교과서 123페이지의 저나트륨혈증 항목 증세에 의하면 '혈장 삼투압의 저하로 수분이 세포 내로 이동해 세포 팽창이 일어나며 두개골에 갇혀 있는 뇌에서 주로 증세가 발생한다. 혈청 나트륨이 120mEq/L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뇌세포 적응 시간 보다 빠르고 급작스럽게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때 주로 생긴다'고 기술돼 있다"고도 했다.

그는 "피해 아동의 경우 단기간에 맹물을 급격히 많이 섭취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면서 저나트륨 혈증이 발생했다"며 "증상으로 경련까지 발생한 것은 가해의 정도가 조금만 더 심했다면 충분히 피해자의 뇌세포가 부어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 대해 단순 아동학대가 아니라 '살인미수'의 법리가 적용돼야 마땅하다"며 "아이들의 건강을 최일선에서 지켜왔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가해는 단순히 뼈가 부러지거나 피가 나거나 하는 것보다 아이의 정신 건강에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며 "평생 갈지도 모를 정신적 충격을 받은 아이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겪었을 아이의 부모에게 그나마 정신적인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이 사건 가해자들에게 법이 정하는 가장 무거운 벌을 적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19년 11월 학대아동 부모의 신고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 경찰은 지난 수사에서 2달 분량의 CCTV를 확보해 수사를 벌인 결과 총 23건의 학대 정황을 확인, 지난해 3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이후 학대 아동의 부모가 법원을 통해 확보한 CCTV에서 경찰이 확인한 학대 행위 이외에 추가 학대 행위들을 발견해 공개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부모가 추가로 확인한 학대 사실은 Δ담임교사가 10여 분간 7컵째 물을 먹이는 모습 Δ보육교사가 피해아동의 발을 체중을 실어 2차례 꾹꾹 밟는 모습 등이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이같은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찰은 재수사를 통해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한 행위 등 80여 건의 학대행위를 범죄 혐의에 포함했다.

검찰은 다른 피해 아동이 3~4명 더 확인된 만큼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