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점등시위" 자영업자 반발.."추석때 반도 못해" 상인 한숨

2021. 2. 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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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대응비대위, 개점시위
일부 업주, 개별 시위 지속할듯
"야간 개점해도 고정비 겨우 감당"
고사위기 자영업자 생존대책 호소
지난 7일 밤 12시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방역기준 불복 개점 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정상 영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밤 12시까지 가게 문을 열게 해 달라는 말이 돈을 벌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최소한 고정비라도 감당할 수 있게 해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타격을 덜 받지 않겠습니까. 현재는 문을 열더라도 매출이 과거의 3분의 1도 안 돼요. 사실상 수입이 없는 상황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장은 8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대부분의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이미 빚더미에 앉아 지인에게도, 은행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부가 이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 같이 성토했다.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해 정부가 음식점,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을 유지한다는 소식에 고사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생존 대책을 호소하며 항의 개점시위 등 집단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음식점, PC방, 카페, 노래방 등의 업주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이날부터 오는 10일 0시까지 수도권 야간 영업 제한 연장조치에 불복하는 개점 점등시위를 진행한다. 비대위는 이날 0시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역지침은 불복할 것”이라며 “자영업자를 참여시켜 손실보상 관련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또한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개점시위 연장 여부에 대한 업종별 의견을 나눠보고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김종민 비대위 대변인은 “아직 정부에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며 “3일간 0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향후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 연휴를 전후로 개별적인 개점시위로 불길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 경기 과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채모(36) 씨는 “최근 손님들이 늘어 한시름을 놓았지만 그동안 쌓인 손실을 충당하기 버겁다”며 “설이 있는 2월에는 통상 벌이가 시원치 않아 항의시위를 계획 중이다. 그동안 오후 9시까지인 영업시간을 철저히 지켰지만, 오늘부터 9시 이후 불을 켜놓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설 연휴를 앞둔 전통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7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전통시장. 평소 같으면 상인들이 호객하는 소리가 시장 길목에 가득차야 하지만 대부분 상인은 점포 안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거나 난로 앞에서 불을 쬐고 있었다. 시장 안에서 식료품을 파는 손모(61) 씨는 손사래를 치며 “장사가 안 돼서 보통 일이 아니다”며 “(작년)추석의 반만도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작년 설 같았으면 유과를 20상자 가져다 놓을 일인데 5상자만 가져다 놔도 안 팔린다”고 말끝을 흐렸다. 술집, 음식점에 식재료를 납품했지만, ‘밤 9시 영업 제한’으로 인해 납품 거래가 줄줄이 끊겼다는 것이 손 씨의 전언이었다.

시장 안에서 제수용품을 파는 채은실(41)씨도 “작년 추석에 비해 당연히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다”며 “5인 이상 집합 금지라 다들 제사도 간략하게 지낸다고 하니 기대도 안 한다”고 말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70대 배모 씨도 “명절인데도 (대목)그런 거 없다”며 “오히려 추석 때만도 못하다”며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다 같이 고기라도 구워 먹고 하는데 이번 설에는 뿔뿔이 각자 명절을 나니까 그렇다”고 했다.

만두를 만들어 파는 이모(60)씨 역시 “손님들이 북적북적해야 할 시간인데 만두가 나가지 않는다”며 “떡국에 넣어 먹을 만두를 찾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썰렁한 시장에서 한 손님이 청과물 가게에서 쌈채소를 사 가자 가게 주인이 나와 “이렇게 찾아 줘서 정말 고맙지. 불경기인데”하며 연신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강승연·채상우·김지헌·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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