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 자율주행 손 뗀 현대차..'IT 공룡'과 협력은 지속

"'자율주행' 협의 진행 안해" 공시
전기차 협력 가능성은 여지 남겨
아마존·지멘스 등과 손 잡을수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애플와 자율주행차 협력이 중단됐다고 밝혔지만 전기차 개발에 국한해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남아있다. 대신 현대차그룹은 애플 외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 경쟁력을 증대할 계획이다.

▶‘빅딜’에서 ‘스몰딜’로?=8일 현대차·기아는 각각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최근 중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해 온 애플이 애플카 프로젝트 존재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을 일시 중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애플과의 협력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공시에서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다”고 표현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애플과의 자율주행 기술 협력은 부인했지만 전기차 협력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애플이 새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기술이 다소 떨어지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적어도 일본 내 6개 기업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 했다.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아직 하이브리드 기술만 가지고 있고 전기차 개발을 선언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가진 곳이 한 곳도 없다. 현대차나 기아처럼 애플이 매력을 느낄만한 곳이 없는 셈이다.

▶현대차·기아,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은 계속된가?=현대차그룹은 애플과의 자율주행차량 협력 중단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수 IT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량과 모빌리티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애플을 비롯해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미래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기아에 협력 요청한 기업들도 IT와 전자업계라는 기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아직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지 않은 아마존과 지멘스, GE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전기차는 단순한 자동차 시장을 넘어 IT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이 총망라된 걸어다니는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트럭을 올해부터 5년간 캐나다 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 아마존은 배송 전기트럭에 관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과 현대차그룹이 손을 잡게된다면 애플과 달리 안정적 공급망과 배송서비스의 특화된 기술 등으로 향후 전기트럭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멘스와 GE도 제조기업으로 탄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현대차와의 협력이 기대된다.

실제 구글도 포드와 6년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 등 구글의 플랫폼개발과 관련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본 혼다 등과 공동으로 GM의 자율주행 전기차 자회사인 크루즈에 2조원을 투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구글, 아마존 등 자율주행차 부문에선 얼마든지 파운드리 위탁생산이 가능하다”며 “자율주행차는 시스템만 바꾸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협력요청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원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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