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문가 "법관 탄핵, 사법독립과 균형 필요" [특파원+]
日, 아동매춘·스토커·몰카 판사 등 탄핵재판 후 파면
탄핵소추 대상 넓어..직무 외 위신상실 비위도 포함
소추亂用·정당의 정치적 악용·법관활동 위축 우려도
바바 겐이치(馬場健一·59) 일본 고베(神戶)대 법학연구과 교수는 8일 일본의 법관 탄핵제도와 관련해 사법의 독립 원칙과의 균형을 강조했다. 일본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른 독립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면서도 국민의 탄핵권을 인정한 법관 파면 조항을 두고 있다. 공적 탄핵에 따른 파면과 국회의 재판관탄핵재판소 설치 규정이다. 또 재판관탄핵법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직무를 심각하게 태만히 한 때 △기타 직무를 불문하고 법관으로서의 위신을 현저히 상실한 비행이 있을 경우를 탄핵소추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직무 집행상 헌법·법률에 위배될 때만 법관에 대한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한국 헌법보다 탄핵 대상의 범위가 훨씬 넓다.
-일본의 법관 탄핵제도 도입의 배경은.
“(1945년) 패전 후 미군 점령하에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일본 헌법에 규정했다. 삼권분립 하에서 위헌심사제 등 입법부의 행동을 체크(견제)하는 틀을 사법에 부여하고, 거꾸로 입법부에는 판사 면직권을 부여했다. 민주주의제도에서는 국회가 국민을 대표한다. 국민에 의한 법관 통제제도라고 할 수 있다.”
-재판관탄핵재판소와 검찰역을 하는 재판관소추위원회는 어떻게 구성하나.
“탄핵재판소는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각 7명, 총 14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소추위원회는 중의원, 참의원 각 10명, 총 2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한국과 일본의 탄핵제도를 비교하면.
“일본이 한국보다 (탄핵)소추 요건이 폭넓다. 그래서 난용(亂用)될 위험도 크다. 소추청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소추청구에) 증거도 필요하지 않다.”
-일본에서 법관 탄핵 사례는.
“소추청구는 지금까지 2만2000건 이상 있었다. 실제 탄핵재판이 이뤄진 것은 9건이다. 전후 혼란기에 있었던 최초의 2건은 불파면이었고, 이후 7건은 모두 파면됐다. 과거 담당 사건과 관련한 이익공여와 같은 오직(汚職)사건도 있었고, 21세기에 들어선 뒤의 3건은 아동매춘, 스토커, 도촬(몰래카메라)과 같은 한심스러운 사건들이다. 그래서 탄핵재판이 되는 것은 누가 봐도 법관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을 일으킨 것이 명백한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한국에서는 법관의 잘못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사법불신이 있다. 일본에서의 사법불신은 어떠한가.
“법관의 잘못이라고 했는데 예를 들어 수뢰는 범죄이기 때문에 탄핵에 부쳐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입증될 수 없는 재판을 이유로 탄핵하는 것은 위험하다. 재판업무 자체를 이유로 하는 탄핵소추나 탄핵을 쉽게 인정하면 난용될 위험이 있다. 정치적 이유에 의한 판사 탄핵의 길을 열 위험이 있다. 일본에 법관 탄핵제도가 있지만 실제 발동은 아주 적고 극히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에 한해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고(탄핵이 극히 적다고) 법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사법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탄핵제도를 활용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한국만큼 사법불신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 역사적, 제도적 배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법의 자정능력이라는 점을 말하자면 법관 집단이 일반적으로 자제력이나 도덕성이 높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자제적인 나머지 국민이나 사회와의 접점이 적은 엘리트로서 때로는 비상식적 판결이나 권위주의적 판결, 약자구제에 냉담한 판결이 나온다. 또 인사권을 가진 최고재판소가 법관 개개인에 대해 큰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법관을 위축시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의 젊은 법관들은 때로는 제도 개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런 일은 일본에서는 극히 예외를 제외하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일본의 법관은 부정이 적을지는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로서 너무 자유가 없고, 느긋한 환경에 있지 않다고 느낀다. ”
-소추위원회와 탄핵재판소가 국회의원으로 구성돼 정치·정당에 영향을 받을 우려는 없나.
“과거 1970년대 정부에 불리한 위헌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담당 법관이 소추 청구된 사건이 있다. 탄핵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나 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법부는 큰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과거처럼 활발히 위헌심사가 진행되는 것이 줄었다. 국회 측도 과거처럼 노골적인 재판개입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현재 그런 문제는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자민당 체질을 생각하면 과거에 있었던 것처럼 탄핵재판이 여당·정부에 의한 사법통제에 이용되는 일이 앞으로도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또 최근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자유롭게 발신하던 판사가 소추위원회에 의해 국회에 소환되는 사례가 있었다. 소추위원 중 그런 판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 이유이었던 것 같다. 정치적 이해관계의 문제는 아니지만 법관의 독립 원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사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법관 탄핵제도의 개선점은.
“일본의 경우 탄핵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법관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이용할 위험이 있고,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법의 지배나 삼권분립이 파괴된다. 한국은 헌법재판소가 많은 위헌결정을 내리고 일본보다 법원, 사법의 활약이 크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국회에 의한 탄핵재판을 활성함으로써 한국 사법의 단점을 개선한다는 것이 거꾸로 (한국 사법의) 장점을 잃어버리는 일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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