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머니]개미 부추겨(?) 수수료 챙긴 로빈후드..의적인가 도적인가
로빈후드, 거래가 더 높아
미 정치권과 의회 개입할듯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로빈후드 등 주식거래플랫폼이 지난해 월가의 증권사들로부터 30억달러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서 개미들의 반란을 이끈 ‘의적’ 로빈후드가 실제로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받고 시장을 조작한 ‘도적’이라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의회도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블룸버그의 통계에 의하면 주식거래플랫폼이 지난해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입은 29억달러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증권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는 11억달러, 로빈후드는 7억달러를 벌었다.
이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무료로 주식거래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월가의 시장조성자(WM)인 증권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로빈후드는 사실상 이용자들만 중계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고, 증권사는 개인투자자들이 어디에 얼마나 사고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문 흐름(order flow)’ 정보를 대가로 얻는다. 로빈후드는 매출의 40% 가량을 초단기 매매 증권사인 시타델 시큐레티스로부터 얻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주문 흐름’ 정보 매매가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금지됐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에 따르면 소매 중개업자 가운데 로빈후드의 주식과 옵션거래 수수료는 100주당 각각 0.23달러와 0.62달러로 다른 경쟁사보다 높다. 파이퍼샌들러의 분석가는 “로빈후드가 수수료를 결정하는데 다른 지표를 사용했음을 반영한다”며 의혹을 표시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공매도 세력과 개미들의 대표적인 전장이었던 로빈후드가 금융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관계라면 이들은 오히려 개미를 착취하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이에 미국의 정치권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주 “로빈후드에 대해 문제가 되는 우려가 있다”면서 “로빈후드와 금융사의 관계를 일반 투자자들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관계가 고객에 대한 의무를 침해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의 주가가 폭등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해당 주식 거래를 제한했었다.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계속 해당 종목을 거래할 수 있게 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금에 의존하는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공매도 투자로 막대한 손해를 본 헤지펀드들의 눈치를 보고 개인 투자자들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캐롤로인 크렌쇼 의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월가에 대한 규제의 핵심은 브로커가 받은 수수료가 고객의 이익과 적절하게 일치했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미 로빈후드는 지난해 12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6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SEC는 로빈후드가 고객의 주식 매매 주문을 받고 이를 초단타 매매 증권사에 넘겼지만, 이같은 사실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만 해도 로빈후드는 그랬던 사실은 있으나 현재는 완전히 투명하게 고객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었다. 로빈후드는 최근의 논란에 대해 논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주문 흐름 거래를 놓고 시장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미국 자산중개업체 테미스 트레이딩(Themis Trading)의 조 살루치대표는 “주문 흐름 거래는 시장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금지되야 한다”면서 “이 거래는 시장에 직접 유입되는 게 아니라 (증권사 같은)시장조성자들의 손에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수수료만 무료였을 뿐 다른 증권사에서 같은 주식을 샀을 때 더 비싸게 샀다는 것이다.
반대로 찬성하는 이들은 주문 흐름 거래가 구매자와 판매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도록 자극하고, 투자자들에게 뉴욕 거래소보다 더 나은 거래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 증시에서 주문 흐름 거래 같은 관행이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더 나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층간소음 못참아" 손도끼로 문 부수며 협박한 40대男
- 오늘부터 비수도권 식당·카페·노래방 등 밤 10시까지 영업
- [단독] 판사·검사도 '방호복 재판'..코로나19 속 진풍경[촉!]
- 폭 170㎝ 집이 14억원?… 매물로 나온 가장 얇은 집 [인더머니]
- 홈쇼핑에 캠핑카 첫 등장..NS홈쇼핑 7300만원짜리 캠핑카 판매
- ‘노마스크’ 단체 사진…“연예계는 다른 세상이냐” 비난
- [단독]황희, 수백만원 후원자 5명 '9999년생'..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 ‘서울 격리시설서 땅굴 탈출’ 외국인 판결보니…
- '조개 식중독' 걱정 마세요..해수부, 패류독소 안전성조사 강화
- 박영선 "나경원 공약 동의안해…행복한 도시로 출산 장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