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놓고 엇갈리는 與 잠룡들의 행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여권의 유력 대권후보들이 이번엔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두고 충돌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대 뜻을 분명히하며 공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재난지원금을 두고도 '말씨름'을 벌였던 세 사람의 '이견'은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본소득'에 대한 여권 내 비판을 언급하며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 논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혁명, 디지털경제, 초집중의 시대에 양극화 완화, 가계소득 지원, 경제 활성화라는 3중 효과를 낳는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은 시기 문제일 뿐 결코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이같은 주장은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정 총리와 이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고 한국의 규모를 감안할 때 실험적으로 실시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여당 내 반발 기류를 의식한 듯 이 지사는 이날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재원 마련 방법, 시행 시기 등을 A4용지 6장 분량으로 상세히 열거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복지 확대나 작은 정부 지향이라는 정치적 이유보다 4차 산업혁명(기술혁명)에 따른 일자리 종말과 과도한 초과이윤, 가계소득과 소비 수요 감소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과 경기침체를 방지하고 자본주의 체제 유지와 시장경제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외국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는 아직 그럴 여력이 없거나, 고복지 국가의 경우 기존 대규모 복지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해야 하는 데 제도 전환의 필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어차피 복지 관련 지출을 현재의 2배 이상 늘려야 하므로, 증액 재원 일부는 기본복지 강화나 신규복지 도입에 사용하고, 일부는 복지정책이면서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에 투입해 제도 간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제도에 더 많은 투자를 해 나가면 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증액은 10년 이상의 장기목표 아래 기초생계비 수준인 월 50만원이 될 때까지 국민 합의를 거쳐 서서히 늘려가면 된다"며 "이를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며, 대다수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돌려받는 기본소득이 더 많은 기본소득목적세를 이해하기만 하면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에 반대하기보다 오히려 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인당 연간 100만원(분기별 25만원씩) 기본소득은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얼마든지 시행가능하다"며 "한국형 기본소득은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너무 미뤄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급 방법으로 전에는 현금 지급을 상정했으나 경제 유발 및 양극화 완화 효과가 큰 지역화폐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지난 주말에도 SNS에 '사대주의' '열패론' 등 수위 높은 발언을 동원해 여권 내 기본소득 반대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6일 트위터를 통해 '기본소득을 알래스카만 한다?…so what?'이라는 기고문을 첨부하며 "다른 나라가 안 하는데 우리가 감히 할 수 있겠냐는 사대적 열패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7일에도 페이스북에서 방탄소년단(BTS)과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등을 예로 들며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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