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로 본회의 빠진 황희, 실제로는 가족 해외여행

국민의힘 "월 생활비 60만원? 오병이어 기적"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0대 국회의원 당시 여러 차례 병가를 사유로 본회의에 불출석한 채 미국, 스페인 등으로 국외 출장과 가족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에서 제출받은 20대 국회 본회의 상임위 불출석 현황 자료를 보면, 황 후보자는 2016년∼2021년까지 총 163번 열린 본회의에 17회 불참했다. 이 가운데 사유를 적어낸 경우는 12번이었는데, 이 중 8번이 '일신상의 사유(병가)'로 드러났다.

최 의원실이 황 후보자와 배우자·자녀의 출입국 기록을 불출석 현황과 비교 분석한 결과, 황 후보자는 병가를 내고 본회의에 불출석했던 2017년 7월 20일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렸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26명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아 '정족수 부족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황 후보자는 2017년 3월에도 본회의에 불출석하고 미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당시 출장 기간에 황 후보자는 모두 병가를 제출했다.

황 후보자 측은 스페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휴가·출장 등에 병가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근무 경력이 짧은 비서진이 사유를 적어낼 때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황 후보자가 2019년 생활비로 약 월 60만원을 사용했다고 소득을 신고한 것을 두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황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에 따르면 황 후보자의 2019년 세후 소득은 1억3800만 원이다. 아파트 월세와 채무 상환금, 보험료, 기부금 등을 제외하고 황 후보자와 배우자, 자녀 등 세 가족의 한 해 지출액은 720만 원으로, 월평균 60만 원 정도로 기재됐다.

황 후보자 측은 이에 "출판기념회 수입 등 의무적으로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소득이 있었다"며 "실제로 생활비를 아껴서 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아내는 미용실도 안 가고 머리칼도 스스로 자른다. 딸 머리도 아내가 해 준다"며 "명절에 고기 등 선물이 들어와 식비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도 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후보자의 투철한 절약정신을 따르면 3인 가족이 월 60만 원으로도 살림을 꾸릴 수 있고, 매년 해외여행도 다닐 수 있으며, 자녀를 수업료만 연 4200만 원인 외국인학교에도 보낼 수 있다"며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 물고기로 5천 명을 먹인 '오병이어의 기적'을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보여주고 있다"고 비꼬았다.

배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황 후보자의 거짓 해명과 의혹들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오병이어 장관'의 실체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결론적으로 꾀병을 부려 결근하고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일반 직장인은 꿈도 꾸지 못 할 일"이라며 "실화가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황 후보자의 면면이 우려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월 생활비가 60만원인 것과 관련해서도 "근검절약을 이유로 밝혔는데 이거 실화가 맞나. 3인 가족 기준 월 평균 지출이 290만원을 넘는 현실을 봤을 때 황희 정승도 믿지 못할 자린고비 수준"이라며 "거의 단절에 가까운 일상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상상조차 못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